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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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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관계의 중력- 임정향(영화PD)

  • 기사입력 : 2022-03-30 2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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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모임 자리였다. 사회에서 만난 분이 “내가 식복 하나는 타고났어. 어딜 가나” 하고 말했다. 자신의 복(福)을 내세우는 그 말이 솔직히 좀 거슬렸다. 그분은 남이 차려준 걸 먹기만 잘하지 타인을 위해 몸을 움직이는 걸 못 봤기 때문이다. 수저를 챙긴다거나 컵이라도 손수 먼저 놓는 등의 사소한 배려도 본 적이 없다. 타인의 배려를 당연시하는 것 같았다. 내가 볼 땐 이런 모습이 꼰대의 전형인데.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는 일방적일 수 없고 더군다나 공짜는 없다. 그분은 자신의 이득에는 타인의 수고로움이 알게 모르게 이미 들어가 있는 걸 모른 척 하는 건지 아님 센스가 바닥이든지 둘 중 하나이리라. 식복이든 뭐든 자신은 가만히 있는데 복이 알아서 착착 넝쿨 째 굴러 들어오는 건 세상 어느 구석에도 없다. 진심어린 내 수고와 노력과 들이는 정성의 시간이 조화롭게 잘 버무려져야 나도 대접을 받고 서로 감사하게 된다.

    작년 가을 코로나 시국과 맞물려 나를 포함 26명 인연의 소중한 일상 속 민낯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단행본을 기획했다. 설날 직후 책이 나왔고 출판기념회를 열기로 했으나 코로나 확진자는 매일 최대치로 늘어나 행사 개최가 어려워졌다. 고민 끝에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하고 대신 3월부터 글 쓰신 분들을 찾아가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각각 연락해 일정과 시간, 장소 등을 맞추는 일이 신경도 쓰이고 비용도 더 들지만 작년 연말 바쁜 시기에도 흔쾌히 원고를 수락하신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니 그렇게 인사를 드리러 먼저 찾아가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다 같이 모여 기념하는 축하 자리도 멋진 일이지만 결과물을 가지고 한 분 한 분 찾아가 뵈니 더욱 의미가 깊다. 원고의 전후 배경까지 말씀 주시고 도리어 감사하다는 인사까지 해주셔서 감동이 배가 됐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다단한 시대와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러함에도 진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따듯한 마음 내어 내가 먼저 움직이고 다가간다면 사람들은 그 진심을 알고 좋은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다. 진심은 중력처럼 서로를 끌어당긴다.

    완연한 봄, 더욱 활기차게 움직여 보자! 사람과 사랑이 불쑥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임정향(영화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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