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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입맛 유감- 배종화(수필가)

  • 기사입력 : 2022-07-12 20: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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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의 단면일까. 음료수(커피)를 마셔가며 거리를 활보하는 신세대를 종종 본다. 집에 손님이 오면 으레 밖에 나가 대접하고, 음식을 배달시키는 것도 낯설지 않다. 이런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전통 음식이 조금씩 푸대접받고 있다.

    지난봄의 일이다. 아파트 통로에 얼굴 익은 새댁이 김치 한 통과 그물망에 담긴 마늘을 들고 엉거주춤 서 있었다. 김치는 잘 먹지 않고 마늘은 촉이 났는데, 버리자니 아까워 필요한 사람을 찾는다고 했다. 시골 사는 친정어머니가 보내준 거라는 말에 마음이 동했다.

    맛을 보니 김치는 알맞게 숙성돼 맛있었다. 한 접 정도 되는 마늘은 파란 촉이 약간 올라왔을 뿐 먹을 만했다. 묵은지 좋아한다는 이웃에게 김치를 들려 보내고 마늘을 가지고 왔다. 즉시 손질해서 일부는 마늘장아찌를 만들고, 나머지는 분쇄기에 갈아 냉동실에 넣어두고 양념으로 쓰고 있다.

    세월 따라 사람들 입맛도 달라져 간다. 젊은 세대는 굳이 김장이나 밑반찬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이유는 많다. 하우스 농사로 사철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고, 마트나 백화점에 가면 김치는 물론, 된장국과 곰탕까지도 간편 제품이 돼 고객을 기다린다. 돈가스 햄버거 피자 등, 입맛을 유혹하는 서양식 요리가 즐비하다. 배달문화도 한몫한다. 전화 한 통화면 소규모로 포장한 음식이며, 식자재가 원하는 시간에 집으로 배달된다….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경관 좋은 장소에는 어김없이 서양식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음식값이 만만치 않지만, 늘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안타깝게도 전통음식점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다. 우리 고유 음식이 푸대접받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김치나 된장국은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었다.

    때가 되면 정성 들여 김장하고, 메주 쑤어 장 담그는 걸 당연시했다. 요즘 젊은 주부들은 옛이야기라고 일축한다. 식사 후 즐기던 숭늉조차 커피와 자리를 바꾸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입맛은 몰라도 우리 몸은 고유음식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

    배종화(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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