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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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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이발관- 박준호(전 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2-07-13 20: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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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님과 형제들이 가끔 모여서 식사를 한다. 메뉴는 뭘로 할지 장소는 어디로 할지를 정하기도 쉽지 않다. 아버님은 식당에서 하는 식사보다 시골 댁에서 드시기를 좋아한다. 해산물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모신 횟집은 싱싱한 회도 그렇지만 특히 밑반찬이 많은 식당은 포장해오기가 만만치도 않다. 또 식당의 서비스는 가끔 누리고 싶은 가족들의 바람이다.

    부모님 두 분 다 생신이 여름이라 시골집 작은 에어컨 한대로 대가족의 땀을 식히기란 쉽지가 않다.

    특정 기념일을 대비해 사전에 아버님 설득에 나선다. 참 맛있는 식당이 있다는 말로는 통하지 않는 아버님께, 며느리와 손주들의 바람에 더하여 양념을 한참 보태도 꿈쩍없으시다가, 차근차근 불편한 가족들의 마음과 각종 편의를 설명해가며 설득을 하고서는 가시겠다고 승낙을 받고도 갑작스레 안 가신다고 하실까 봐 눈치만 살핀다.

    식당에서 식사를 몇 번의 성공 끝에 점점 자신감이 붙은 나는, 이어서 아버님께 식사 약속을 받았고, 식사 약속 당일 1시간 빨리 부모님을 모시러 갔다. 댁에 안 계신 아버님을 한참을 찾았다. 아버님은 경로당에서 친구분들과 약주를 드시고 계셨고 “너그 어머니 모시고 댕기온나” 말씀을 뒤로하고 어머님만 모시고 식당에 도착했다.

    시내 한적한 곳에 도착한 식당에서 식사 중에 어머님께 반주를 권하고,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아버님과 같이 식사를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고 섭섭한 마음에 어머님께 아버지께서는 아들과 한 약속을 안 지키시냐며 투정을 부렸다.

    그런 나에게 어머님께서 “아버지 너그하고 시내 밥 무러 가려고 이발관에 갔는데…” “오늘 쉬는 날도 아인데 이발관 문이 닫겼다”고 섭섭해하시면서 경로당에 가셨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버님은 깔끔한 모습으로 아들과 식사를 하고 싶으셨다.

    그동안 시골 아버님 댁이 편안하셨던 이유가 추가됐다. 부모님도 푸르른 30대가 있었다.

    멋있게 차려입은 부모님께서 어린아이였던 나의 손을 잡고 걷고 있다.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일 생각으로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박준호(전 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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