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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실종된 어른을 찾습니다- 김주영(마산제일여고 교장)

  • 기사입력 : 2022-07-24 2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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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를 비롯한 사회 여러 곳에는 늘 어른들이 계셨다. 예의에 어긋나거나 규칙을 지키지 않는 학생에게는 불호령을 내리시는 학교의 어른도 계셨고,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이에게는 잘못을 지적하여 바로잡아 주시는 지역사회의 어른들도 계셨다. 요즘에 노인분들의 수는 점점 많아지는데 그 어른들은 모두 종적을 감추셨다.

    이 실종은 2015년을 전후해서 ‘라테’, ‘꼰대’라는 말의 유행과 함께 시작됐다. ‘옛날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에서 따온 라테는 선배 세대의 말과 행동, 기존의 관행과 방식을 비아냥거리는 표현이다. 꼰대라는 말도 권위적인 사고를 하는 어른을 비하하는 젊은이의 은어이다. 이런 표현들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젊은이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 변화 수용이 빠른 청년들 앞에서 사회 공동체의 선배들조차 언행을 삼가게 되었다. 날로 새로워지는 생활 방식에 허둥대던 어른들은 꼰대라는 비아냥에 홀연히 사라졌다.

    젊은 세대가 새로운 시각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사회에 도전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하다. 문제는 기성세대에게 면박을 주는 것에 맛을 들인 젊은 세대들이 공동체의 질서조차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한다는 것이다. 도로의 건널목이나 모서리에 버젓이 차를 세워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어린 학생이 술에 취해서 공공기관을 공격하는 일도 이제는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버스 안이나 커피숍 같은 공공장소에서 어린 남, 여학생이 서로 껴안고 시시덕거려도 주의를 환기할 어른은 이제 없다.

    어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의 새로운 방식의 도전과 사고를 격려하고, 젊은 세대는 자신들이 겪지 못한 경험에서 지혜를 얻은 어른을 존중한다면 방법은 있다. 교육이다. 어릴 때부터 자율과 권리의 소중함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그것을 가장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전제조건이 있음을 확고하게 가르치자. 그 조건이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그것은 공공 규칙의 준수와 구성원 간의 존중으로 실행된다. 책임과 의무가 개인의 권리보다 선행되는 사회가 되면 실종된 어른들을 다시 뵐 수 있지 않을까?

    김주영(마산제일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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