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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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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우리는 어떤 사람일까 - 김진백 (시인)

  • 기사입력 : 2022-08-18 19: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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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누구일까 스스로 하는 질문을 품고 살아왔지만 여태 그럴듯한 답을 돌려주지 못했다. 그러다 뒤늦게 MBTI검사를 통해 내가 인프피(INFP)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꽤 시간이 지났지만 MBTI검사가 유행할 당시 심리검사 프로그램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각기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데, ‘사람을 고작 16가지로 분류하며 특성을 획일화한다고? 다원주의 사회를 완전히 역행하는 오만한 검사가 아닌가’ 하는 오만한 생각을 하면서 검사를 부정하며 지냈다. 그 후로 MBTI 유형을 소재로 그린 인스타툰을 자주 보곤 했는데 인프피 유형이 나와 비슷해 보였다. 검사해 본 결과 역시 나는 인프피로 판명났고, 한 걸음 더 MBTI검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겪는 에피소드에 계속해서 공감이 갔고 댓글에 적힌 인프피 사람들의 감상을 읽었다. 올라오는 게시물들이 누적될수록 어느 순간 우리 인프피 사람들과 연대감이 들기 시작했다. 친숙하지 않은 사람 앞에선 입을 꾹 닫고, 응시와 침묵을 편안해하는 나의 취향과 일치하는 사연에 ‘그렇지 그렇지’ 속으로 생각하며 어느새 MBTI검사를 신뢰하게 됐다. 내성적인 성격을 단점으로 여겨 쉽게 말하지 못했는데 나와 같은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을 알고 내성적이고 낯을 가린다는 말에 자신감이 들고 당당하게 내향형 인간이라고 말하게 됐다. 어느새 나는 서먹한 사이에 먼저 ‘MBTI가 어떻게 돼요?’ 하고 먼저 묻는 사람이 돼 있었다.

    ‘저는 인프피에요’하고 소개하는 것이 꼭 알약을 삼키듯 쉽게 나를 알려주는 일이라 편리한 한편 이해를 너무 쉽게 한다는 위화감이 들곤 한다. 나에 대해 설명하는 일이나 상대방을 이해해 보려 하는 과정에는 마음이 콱콱 밟히기도 하고 또 마음이 흥건해지기도 했다. 부풀어 오르고 가라앉길 반복하면서 이해로 나아가는 단계가 무용한 시간은 결코 아닌데, 서로의 손바닥에 각자의 동전을 쥐어주고 확인하듯 쉬워지다니. 그리고 MBTI유형은 시간이 흐르면서 처한 환경에 따라 바뀐다고 하는데 내 유형과 맞지 않은 행동을 하면 거짓말을 한 것이 되는 걸까. 훗날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 됐는데 계속 감성적인 사람으로 행동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괜찮을 것이다. 우리가 나눠 쥔 동전은 무겁지 않고도 천천히 깊어지고 있으리라 믿음을 넓혀본다.

    당연하지만 MBTI유형으로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최근 읽은 성해나 작가의 단편소설 ‘김일성이 죽던 해’에서는 ‘강의 막바지에 수강생 중 하나가 좋은 소설이 무엇인지 묻는다. 나는 이 질문이 늘 어렵다. 주인공에 대해 이해하려 하지만 결국은 실패하는 소설’이라고 한다. 상대방을 이해해 보려 노력했고 끝내 이해에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 우리의 겹침 정도를 건져내는 일이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이해가 아닐까. MBTI유형은 계속 바뀌고 좋은 궁합과 상극인 궁합도 분류돼 있다. 나는 변하고 변해 순록이 되고 싶다. 금빛, 푸른빛 등 계절마다 눈동자 색을 다르게 하는 순록처럼. 전혀 모르는 사람을 접할 때마다 그에게 최적인 성향으로 나를 갈아 끼우고 싶다. 그럼에도 스스로의 중심은 번지지 않는 속으로 고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김진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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