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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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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차는 한 잔 하셨습니까?- 황선영 (의령교육지원청 장학사)

  • 기사입력 : 2022-10-27 08: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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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학사로 전직을 하고 나서 교육과 행정에 대해 많은 것을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수업을 위해 필요한 행정 일이 참 많다는 것도요. 복도 마루를 윤이 나게 닦게 하던 장학사의 지위는 언감생심, 늘 헉헉대는 행정사무에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오늘 내로 마무리해야 할 일만이 머릿속을 채웁니다. 매일의 출근이 바쁜 이유입니다.

    사무실로 들어오시는 과장님을 발견하자마자 저는 얼른 과장님께 다가갑니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보고 드릴 게 있다고 말합니다. 저의 얼굴을 설핏 살피며 과장님이 말씀하십니다.

    “차는 한 잔 하셨습니까?”

    답을 하려던 저를 제치며 또 바쁜 누군가가 과장님을 찾아 달려오더군요. 그리고 저와 똑같이 보고할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과장님은 옅은 미소를 띄고 다시 그 직원에게 말씀하시네요.

    “아이고, 차부터 한 잔 하십시다.”

    과장님의 차 한 잔부터 하자는 말에 저도 그 직원도 머쓱해집니다. 탕비실로 가서 커피를 내립니다. 무슨 사무가 급했는지 서로 물으며 한소끔 쉬어 갑니다. 실무자의 바쁘고 조급한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상사의 말을 잠시 곱씹어 봅니다. 리더로서 할 수 있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은 팀원을 살필 수 있는 여유입니다. 학교와 교육청에서 부장과 팀장이었던 저는 선생님과 팀원에게 저런 쉼표를 건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이 공감과 소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풀지 못한 직장 내 갈등과 관계의 힘듦에서 퇴사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조직에서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서는 출간되자마자 상위에 오릅니다. 성과 위주의 조직 문화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오늘 아침 과장님에게 건네받은 쉼표 하나, 가벼운 듯하지만 사무실을 따뜻하게 만드는 챙김의 한마디. 그 말이 갖는 의미는 더없이 소중합니다. 서로에게 건네는 인사, 출근길 교통은 괜찮았는지, 아이는 잘 데려다 주고 왔는지, 아침은 먹고 왔는지 묻는 것부터 하는 게 어떨까요? 우리 그렇게 서로를 궁금해 하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하지 않을래요? 아 참,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오늘 아침 차는 한 잔 하셨습니까?

    황선영 (의령교육지원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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