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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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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착한 사마리아 사람들- 장현호(밀양향토사연구회 회장)

  • 기사입력 : 2022-12-26 19: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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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의 논리와 시장의 논리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모든 인간적 가치를 황폐화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나눔’은 사회와 인간을 읽을 수 있는 가장 민감한 코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참으로 나누지 못하는 사회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돈이란 무엇인가? 어리석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가장 뜨거운 기쁨은 사람으로부터 얻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가장 침통한 아픔도 바로 사람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밀양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아랑무료 급식소가 있다. 이 급식소는 한웅희 소장님이 주위 도움 없이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가끔 자발적 자원봉사자들이 도움을 줄 뿐 정기후원자 몇 분의 도움이 전부다. 한 달 후원금이 고작 20만원뿐이지만 한웅희 소장님이 마농사를 지어 급식소를 운영해 오고 있다. 매주 금·토·일요일 노인정도 가지 못하는 노인 800~900여 분이 매월 이곳에 와서 따뜻한 한 끼 식사로 외로움과 허기를 달랜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행정적 지원 한 푼 없이 10년 동안 급식소를 운영해 왔다니 기적 같은 일이다. 집세와 공과금만 월 150여만원이다. 겨울에는 난방비도 만만찮을 것이다.

    한웅희 소장은 목사도 신부도 스님도 아니지만 10년 동안 아무런 사고도 없이 무료 급식소를 운영해 왔다. 밀양의 기적이다. 정식 무료급식소로 등록해 행정으로부터 안정된 운영비를 지원받아 운영하려 하지만 규정에 맞는 시설비가 없다 보니 몇몇 사마리아 사람들의 도움과 얼마 되지 않은 후원금에 의존할 수 없는 복지 사각지대의 급식소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뜻있는 시민들의 후원과 관심으로 복지 사각지대 노인들이 따뜻한 식사를 아무 걱정 없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과 봉사, 그것은 조금도 상실이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한없이 인간적인 것이다. 우리 사회의 재물을 더 풍성하게 하고 우리를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주는 것이 비로 사랑과 봉사이다.

    장현호(밀양향토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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