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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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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것- 황지영(함안교육지원청 장학사)

  • 기사입력 : 2022-12-29 19: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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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든다’ 라는 격언이 있다. ‘복기(復棋)’란 바둑 용어로 대국을 끝낸 직후 대국 내용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다시 두는 것을 뜻한다.

    이미 끝난 바둑의 승부를 그대로 한 수씩 재현하며 승패의 중요한 갈림길이었다고 생각되는 지점을 서로 되짚어 보는 것이다.

    복기는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바둑의 ‘복기’처럼 삶의 ‘복기’는 일상에서 유용한 도구가 된다. 자신의 실수와 실패 경험을 회피하지 않고 분명하게 직시하면,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오판의 패턴을 찾아내 없애고 삶의 숨겨진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첫눈이 내렸다. 창문 밖으로 흩날리는 눈을 보며 지난 한 해를 복기해보니 올해도 여러 가지 아쉬웠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저마다의 인생에 복기가 필요한 시기이다. 조그만 바둑판 위에서 진행되는 몇 시간 남짓한 바둑 한판에도 돌아볼 부분이 많은데 올해 한 해는, 나아가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돌아볼 일이 많을 것인가.

    누구나 지난날을 돌아보면 자신의 실수를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하지만 실수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삶에서 실수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우리는 미래를 더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도 있고, 현재에 멈춰 있을 수도 있다.

    인생은 밝은 빛만 좇아가며 살 수는 없다. 모든 빛에는 그림자가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받아들이고, 힘든 일이 왔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것, 다음에는 이겨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단련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지혜가 가득한 인생이 아닐까.

    새해에는 단정하고 정갈한 마음으로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바둑판에서 새로운 한판을 멋지게 시작해보자. 한 해를 보내며 내년에는 모두가 한 수 한 수 의미를 두며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채워가길 바라본다.

    황지영(함안교육지원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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