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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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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세상을 임하는 자세-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 공인회계사)

  • 기사입력 : 2023-01-01 19: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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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말 졸업하고 2023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졸업생 여러분! 3년 동안 힘들게 공부했다고 축하받는 겁니까? 아닙니다.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진일보하는 날이기 때문에 축하하는 겁니다. 이 뜻깊은 날에 인생 선배로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10년, 20년, 더 나아가 50년 뒤에 이곳을 방문해서 가질 느낌을 상상해 보라는 것입니다. 3년 동안 재학 중 공부만 한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과 교직원, 선배동문, 교육 관련 관료나 전문가, 사회활동가 등 얼핏 보면 나의 주된 관심사가 아닌 분들과의 만남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래의 내 모습을 이분들과 오버랩해보는 것은 앞으로 여러분들 보폭을 더 크게 만들 것입니다. 미래에 가져올 결과를 미리 생각하고 의사결정하는 게 바로 행동경제학의 뜨거운 화두인 ‘사후가정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입니다.

    둘째, 이제부터 무늬는 자유인이지만 실상은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겁니다. 졸업생 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고 일부는 직업전선에 뛰어들 것입니다. 어떤 행로를 가든 이제부터 각자의 권한과 자율성은 커지지만, 그만큼 책임도 무거워집니다. 성취와 기쁨도 많겠지만, 좌절과 아픔도 엄청나게 겪을 겁니다. 하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당당히 맞서면 그리 두려운 것도 아닙니다. ‘밤이 어두울수록 별이 빛난다’는 말이 있듯이, 좌절과 고통이 없다면 행복감도 없습니다. 영화 ‘불한당’에서 설경구는 유명한 대사를 토해 냅니다. “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라!” 미리 준비한 만큼 실패는 줄어들겠지요.

    셋째, 대학공부를 소홀히 한다고 교수들이 뭐라 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공부를 잘하든 게을리하든 각자의 몫이고 학생은 그에 따른 결과물만 얻을 뿐입니다. 공부는 강제로 해야만 하는 의무가 아니고 값비싼 수업료와 그 아까운 시간을 지불하고 얻어내야 하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권리를 못 찾아 먹으면 본인만 손해 아니겠습니까.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학문은 블루 오션과 레드 오션을 정확히 판단케 해주는 무기입니다. 세상을 반듯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가 바로 학문인 겁니다.

    넷째, 직업을 가진 사람은 학생과는 반대로 근로가 의무라는 겁니다. 근로자든 사장이든 지식과 노동(또는 자본)을 제공하는 대가로 소득을 얻습니다. 따라서 의무를 멋지게 제공할수록 그에 맞게 대우도 달라집니다. 본인이 ‘금’이면 금값을, ‘돌’이면 돌값을 받게 되는 게 시장의 이치이지요.

    다섯째,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당당히 임하십시오. 끌려가는 인생은 피곤한 것은 물론이고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당나라 임제 스님은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있는 곳마다 진리의 세계(수처작주 입처개진, 隨處作主 立處皆眞)”라고 말합니다. 당나라 서암 스님은 자신을 주인공이라 부르고 스스로 답하는 수행을 했다고 합니다. “주인공아, 늘 깨어 있어라. 남에게 속지 마라”고 말하고는 스스로 “예”하고 대답하는 거지요. 진정한 학문이란 그 자체로 주인공이 되는 법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내 삶의 주인공을 밖에서 찾다 보면 나는 종이 됩니다. ‘가고 있는 길과 가야만 할 길’을 늘 의식하며 살라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 앞에 놓인 무한한 가능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보라는 겁니다. 예전에는 ‘과거’라는 공무원시험만이 유일한 출세의 지름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누구든 각자의 자질을 뽐낼 수 있는 다양성의 사회이며, 미래는 더 그럴 것입니다. 학교성적이나 학벌은 예로부터 내려온 가장 편한 측정수단의 산물일 뿐입니다. 공부로 줄을 세운 등수가 전부가 아닌 것이지요. 어떤 분야에서든 각자의 비교우위를 잘 살리면 훌륭한 인플루언서가 될 겁니다.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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