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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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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아름다운, 우리 다시, 첫 마음으로- 김용만(김해 금곡고 교사)

  • 기사입력 : 2023-01-02 19: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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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2월 30일, 제가 근무하는 김해금곡고등학교에선 제 1회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이 학교는 올해가 개교한 지 딱 3년째인, 첫 졸업식을 하게 된 어린 학교입니다. 1기는 입학했을 때부터 학교생활이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역사는 첫 번째를 기억한다는 말은 있지만 누구나 첫 번째가 되기 위해 애쓰는 것은 아닙니다. 첫 번째는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해야 하고, 좌절해야 하며 끝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불안한 마음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즉 ‘용기’가 필요한 역할입니다. 김해금곡고 1기 학생들은 그 역할을 잘 해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졸업식을 했습니다. 1기 학생이 총 10명이라 한명 한명 이름을 부르며 졸업장을 수여했고 축하했습니다. 작은 학교라 한 학생, 한 학생이 귀했으며 부모님들의 관심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1기들과 3년 동안 내리 담임을 하신 선생님께선 졸업식 전날 크게 외치셨습니다. “어서 시간이 가면 좋겠어요. 드디어 내일 졸업하는구나. 시원하다!” 저는 그 말씀을 들으며 웃었지만 속으론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아쉬우실 거야. 겉으론 저리 말씀하시지만 속으론 너무 그리우실 거야.’ 저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졸업식, 담임선생님께선 잘 참으시다가 마지막 1기 학생들을 마주하는 자리에서 무너지시고 말았습니다. 한참동안 첫 학생을 안고 같이 우시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내 제자가 성공해서 떳떳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기 자신을 믿고,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으며, 나눌 수 있는 어른이 되길 바랍니다. 졸업할 때 같이 안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선생님, 졸업식 날 후배들, 친구들을 안고 우는 졸업생, 졸업하는 선배를 안고 울며 한참을 놓지 못하는 후배들, 어쩌면 졸업은 헤어짐이 아니라 소중함을 다시 느끼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2022년, 졸업한 모든 학생들, 그리고 그 학생과 함께하신 부모님들, 선생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내년에 신입생 맞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매년 되풀이되는 행사지만 전 아직도 여전히 설렙니다. 학교의 시계는 여전히, 천천히 흘러갑니다.

    김용만(김해 금곡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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