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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휴전 70주년, 전쟁과 평화 사이- 정성기(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1-03 19: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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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들에게 역사 공부하며 가장 기억나는 것을 물으면 대부분 전쟁이라 한다. 높은 지적 능력으로 창을 만들어 짐승을 사냥하던 ‘생산도구’로 집단적으로 사람을 죽이고, 땅을 빼앗는 게 침략 전쟁이다. 그 창이 총, 미사일, 원자탄으로 ‘발전’했다. ‘전쟁’이란 창문으로 인간 역사를 보면, 역사의 ‘발전’이니 ‘진보’니 하는 게 참으로 허황하고, 자기기만적이다.

    새해 맞는 연휴에 영화 ‘전쟁과 평화’를 보았다. 뒤늦게 본 영화를 통해서 비로소 그 배경이 1812년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의 러시아 침공임을 알았다. 열세의 러시아 군은 후퇴의 대결단을 내리고, 모스크바 시가지에 불까지 질렀다. 나폴레옹 군대는 적국 수도를 점령했지만, 항복할 적군은 없고, 추위와 굶주림 속에 죽어가며 치욕적으로 철군했다. 독립전쟁 후 미국이 영국과 다시 전쟁을 벌인 것도 그 해 1812년이다. 그때는 미국이 (영화 ‘아바타 2’에서 보듯이) 인디언 부족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고, 이 전쟁에서 영국은 놀랍게도 인디언족을 지원했다. 승리한 미국이 나중에는 남북전쟁을 벌였다. 이게 전쟁의 역사이고, 있는 그대로 인간 실상이다.

    올해 2023년은 우리 한민족이 3년간 ‘코리아 남북전쟁’을 벌였다가 휴전한 지 70주년을 맞는 해다. 70년, 인류 역사상 최장 휴전 사례라니, 역시 세계사적 관심사다. 유신체제하 대학 시절에 1주간의 39사단 입영 군사훈련을 받으며, 처음으로 실탄사격을 해보면서 ‘평화를 위한 전쟁연습’의 아이러니를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죽기 전에 통일되는 것을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휴전상태조차 언제 끝날지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정부는 대북 유화정책을 펴면서 대담하게 휴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바꾸자고 했다. 그런데 정책들은 국민 신뢰를 받지 못했고, 윤석렬정부 하에서 남북간 긴장은 비상하게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586세대 운동권 출신들은 학생 시절에 맹렬한 ‘통일운동’을 벌였다. 그런데 이들은 정작 분단 현실을 냉정하게 공부한 적이 없다. 우리 민족은 남침전쟁을 치른 후 장기 휴전상태란 것, 그 휴전협정 당사자가 유엔과 북한, 중국이라는 초보적 사실조차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상의 유엔관리체제, 그것이 한반도 ‘휴전체제’라는 진실, 그리고 ‘통일한국’이라는 강대국의 등장을 주변 어느 강대국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 등을 외면하고, ‘우리 민족끼리 통일하자’는 건 좋게 말해 낭만적 환상일 뿐이었다. 그 휴전체제 아래서 불안정한 평화가 유지되고, 우리는 시장경제체제로 세계사적 산업화와 민주화를 실현한 것이다. 반면에 북한은 사회주의로 산업화도 민주화도 실패하고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이 엄연한 팩트를 인정하면 북한 정권도, 체제도 붕괴할 테니 중국, 베트남이 다 하는 시장경제 개방, 개혁도 못하고 군사력 강화에 열을 올린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상식이다.

    다른 분단국, ‘중국’의 경우, ‘자유중국’으로 불렸던 ‘대만’이 본토 중공의 ‘통일전쟁’ 위협에 맞서서 군의 복무 기간을 2-3년 하다가 크게 줄인 4개월에서 1년으로 대폭 늘였다 한다. 여기서 명심할 것이 있다. 미국과 한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패한 것은 군인이 적고, 무기가 열세라서 그런 것이 결코 아니다. 월남 정부의 부정, 부패, 미군의 지적, 도덕적 열세가 미국 제국의 굴욕적 패배를 초래했다. 우리나라 보수 우파는 어떤가? 목숨 걸고 건국, 호국하기도 했지만, 정치권과 군대는 부정·부패하고, 내부 패거리 싸움하고, 선거 승리를 위해 북한군에게 휴전선에서 총질해 달라던 ‘북풍’의 추악한 정치적 DNA는 완전히 청산했는가? 경남의 세계적인 육, 해, 공군 방위산업에도 불구하고, 휴전 70주년을 맞아서 국민들은 여전히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불안하다. 공짜 점심은 없고, 값싼 평화도 없다.

    정성기(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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