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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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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교육과 유물론- 노치환(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3-01-03 19: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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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때보다 풍족한 시대다. 먹을 것이 없어 물로 주린 배를 채웠다던 시절이 있기나 했나 싶다. 그러나 우리네 삶은 어떤가? 여전히 팍팍하다. 먹고 살기 힘들다.

    최소한의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지금도 저마다 더 많은 자원을 차지하고자 하는 욕망이 삶의 목표가 되고, 나아가 교육의 목표가 되고 있다. 삶의 주안점이 물질에 닿아있는 윗세대에게서 대물림되는 교육의 본질은, 굳이 따지자면 유물론(唯物論)에 가까우리라. 아니라고 할 텐가?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처한 어려움의 면면을 보라. 크고 작은 어려움의 근저에는 물질의 확보와 분배에 관한 오랜 투쟁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내 아들과 딸이 다른 집 아들딸에 비해 더 질 좋은 물질, 더 많은 자원을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 거대한 담론을 숨겨두고, ‘명문 대학 진학, 대기업 취업, 고등고시 합격이 전부가 아니란다. 그 어디에 있든 바르게 땀 흘리며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삶이다’라고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현재 우리 삶과 교육이 지닌 구태다.

    미래교육을 논하는 2023년에도 우리 사회의 관점은 먹을 것이 없어 물로 배를 채우던 시절의 공포와 불안에 붙박여 있다. 영양가 넘치는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이 허기는 당대의 삶을 넘어 후대를 길러내는 교육철학과 가치정립에 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대학을 보라. 기초과학, 인문학 관련 학과가 폐지되거나 통폐합되면서 학문연구의 영역까지 물질만능주의가 틈입한지 꽤 오래다. 교육계는 이를 막아내지 못했고, 우리 사회도 이를 용인했다.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지위에 내 아들과 딸, 내 제자를 올려두기 위해, 많은 부모와 교육자들이 물심양면으로 고군분투한 결과다.

    우리 교육은 언제쯤 유물론에서 탈피할 수 있을까. 코앞에 닿아있는 지역소멸, 저출산, 수도권 집중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따로 있지 않다. 이 풍족함을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이 두루두루 함께 누리며 상생할 수 있는, 그리하여 어떻게 하면 조금은 덜 팍팍하고, 조금은 먹고 살만한 사회를 조성할 수 있을지, 이 진지한 고민이 교육의 영역으로 포함될 때, 비로소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노치환(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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