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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100년 후 어떤 세상일까- 이수정(창원대 명예교수·철학자)

  • 기사입력 : 2023-01-08 19: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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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 후 우리들 대부분은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은 아마 그대로 있을 것이고 우리들 대신 후손인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지금 우리들처럼 그들의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그 세상’은 대체 어떤 세상일까. 그 같음과 다름이 궁금하다. 100년 전(1922년)과 그 100년 후인 지금(2022년)의 엄청난 차이를 생각해보면 100년 후인 2122년의 그 세상은 아마 짐작조차 불가능한 다른 세상일 것이다.

    그때는 어쩌면 비행접시가 대중교통이 되어 있을까? 남북이 통일되고 고구려·발해의 고토도 수복되어 있을까? 지금의 해외여행처럼 달, 화성 등 우주여행이 상품으로 팔리고 있을까? 어쩌면 생명공학이 엄청 발달해 탈 난 장기는 뭐든 부품처럼 간단히 교체 가능해질지도 모르겠다. 설마 하니 우리나라가 G1이 될 수는 없겠지만 잘하면 국력이 G2나 G3 정도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철학대로 ‘질적인 고급국가’를 지향해 나간다면 질적인 면에서는 G1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쩌면 핵전쟁으로 나라가 박살 나 있을지도 모른다. 극심한 진영대립 끝에 나라가 붕괴돼 김 씨 왕조나 중국이나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혼 저출산으로 인구도 반 토막이 나고 국민의 절반이 이민자로 채워질지도 모른다. 서울 수도권 집중과 대기업의 해외이전으로 지방은 텅 비어 그 자치단체마저 대부분 사라져 있을 수도 있다. 땅·물·공기 모두 오염되어 마스크는 일상용품이 되고 소위 정화산업에 특화된 재벌이 탄생해 있을 수도 있다.

    노스트라다무스 어쩌고 하는 미래 예언이 아니다. 재미로 듣는 그런 류의 ‘아님 말고’식 이야기는 확인 불가능이라 어차피 큰 의미는 없다. 빗나가도 그만인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 철학자 칼 포퍼의 말처럼 미래는 현재의 우리가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헤겔이나 마르크스의 말처럼 역사법칙주의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완전한 자유의 실현이나 이상적 공산사회의 도래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자, 그렇다면 이제 어쩔 것인가. 지금 여기서 우리들 자신이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100년 후의 ‘멋진 신세계’를 위해 설계도를 그리는 등 착실한 준비를 하고 그 실행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역할을 정치가 해줘야 한다. 원래 그것은 철학의 역할이었지만 이젠 아무도 철학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 기대난망이다. 공자나 플라톤처럼 정치에 기대를 거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정치를 보면 이런 기대는 그야말로 황당한 개꿈이다. 좌파든 우파든 거의 다를 바 없다. 역사에 대해 폐나 끼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들로 인해 받는 국민의 스트레스가 감당할 수준을 벗어난 지도 한참 전이다. 그들을 계도해야 할 언론은 도리어 한술 더 뜨고 있다. 천박한 언어가 소위 매체를 포함한 우리의 생활공간에 난무하고 나날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수준 있는 언어들은 거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이른바 ‘지성’은 그 존재감을 거의 완전히 상실했다. 지금 우리사회는 끝도 없는 천박화의 지하계단을 하염없이 내려가는 형국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지하계단을 저 제주도의 도깨비도로처럼 만들 수도 있다.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는 길이 실은 올라가는 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뒤바꾸는 주문은 간단하다. ‘반성한다’는 한 마디다.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나니” 하는 저 예수의 말도 같은 취지다. 회개하는 그 순간 이미 천국인 것이다. 좌파든 우파든 시비정사를 제대로 가리며 ‘회개한다’는 당이 있다면 다음 선거에서는 그들에게 100년 후를 위한 희망의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이수정(창원대 명예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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