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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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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아이 키우기- 박서현(경남문인협회 사무처장·시인)

  • 기사입력 : 2023-01-08 19: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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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의 아장걸음이 햇병아리처럼 귀엽다. 제 등판보다 큰 유치원 가방을 메고 줄을 지어 걸어가는 뒷모습이 참으로 앙증스럽고,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절벽의 시대에 아이들이 더욱 보배롭다. 딸네네 가족은 4인 가족이다. 사위, 딸, 손자, 손녀와 오붓한 가정을 이루어 토끼가족처럼 정답게 살아간다.

    어느 날 딸의 전화를 받았다. 세 살배기 손녀가 유행성 수두를 앓아서 딱 하루만 아이 둘을 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며칠간 격리 차원으로 어린이집을 쉬고 집에서 돌봐야 했다. 다섯 살배기 손자는 동생으로 인해 전염성 우려가 있어 유치원을 쉴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에게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은 참으로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고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화단에서 바람개비가 쉼 없이 돌고 있었다. 녀석들이 바람의 순방향대로 잘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 위에 살짝 올려놓았다. 거실에는 장난감 가게라도 차린 듯 그 더미 속에서 씩씩하게 놀던 녀석이 심심했던지 “우리 볼링 놀이해요”라고 한다.

    놀이 방법은 볼링 케이스에 볼링공을 하나씩 끼워 넣는 것이었다. 녀석은 볼링공을 실수 없이 제 자리에 딱딱 끼워 넣으며 자랑스럽게 시범을 보여 주었다. 아픈 손녀를 위해 게임을 빨리 끝낼 요량으로 그래, 우리 둘만 놀자. 했더니 동생도 함께 놀면 안 될까요? 동생을 기다리면 안 될까요? 아이의 침착하고 의젓한 모습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아픈 동생이 외로울까 봐 배려하고 기다리려는 다섯 살배기가 벌써 사회성을 익히고 있구나. 이런 예쁜 마음은 어디쯤에서 파릇파릇 돋아났을까, 핵가족 시대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가정과 중요한 가교역할을 하는구나 싶었다.

    맞벌이 부부가 미처 손이 닿지 않은 곳에서 무릎교육, 텃밭 가꾸기, 장구 배우기, 생태체험이나 과학관체험 등 부모를 대신해 주는 유아교육기관이 있어 참으로 든든하다. 지금의 현실에서 자녀를 양육한다는 것은 한 가정이 키우는 것이 아니다. 이웃과 사회가 함께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서현(경남문인협회 사무처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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