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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토끼의 지혜가 필요한 계묘년 새해- 강기노(마산대 간호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1-10 19: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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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 토끼해’라고 불리는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토끼는 예로부터 번창과 풍요를 상징하며, 성질이 온순하고 영리할 뿐만 아니라 차분한 동물의 대명사로 인식된다. 토끼는 임신기간이 30일에 불과하고 한 번에 4~5마리의 새끼를 낳아 번식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별주부전에 나오는 토기의 모습처럼 거북이의 꾐에 빠져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는 지혜로운 동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새해를 맞이한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은 것 같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목전에 앞둔 시점에 중국의 위드코로나 정책과 중국발 입국자 증가 등의 영향으로 국내 코로나 확진자 및 위중증 환자가 증가세를 보여 마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 정부는 중국의 코로나 유행이 정점을 지나고 있고 새로운 변이 출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위중증 환자 증가세가 꺾이면 조만간 실내마스크 조정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경제적으로도 코로나 시기 과도하게 풀린 돈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맞물려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서 올 한 해는 그 속도와 깊이의 문제일 뿐이지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또한 활황이던 증시와 부동산이 지난해 내내 하향곡선을 그린데 이어 새해에도 급격한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물가상승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한국물가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밀가루(41.9%), 조기(18.8%) 등 주요 제수용품 가격 상승으로 올해 4인 가족의 설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보다 5.8%나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전기(10.9%), 도시가스(8.9%), 지역 난방비(4.9%) 등이 모두 상승했고 특히 저소득층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북한의 무인기가 정찰을 위해 용산 대통령실 주변까지 침투했으나 군의 늑장대응에다 무인기 저지 수단에도 한계가 드러나는가 하면, 북한이 수시로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등 안보리스크도 심각하다.

    이렇듯 경제, 사회, 정치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불안 요소가 많은 상태에서 출발한 계묘년 새해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교육, 노동, 연금개혁 등 3대 개혁을 내세워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최근 당정협의를 통해 대학지원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고 지방대 육성법 개정, 사립대지원법 제정 등을 통해 부실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노동조합의 재정 운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법령 정비도 예고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여야의 충돌 가능성도 크다. 감당할 수 없는 적자 누적이 뻔한 연금개혁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중요과제이지만, 특정 직군이나 국민들의 불만과 저항도 예상된다. 대통령실 이전 논란 등으로 20% 초반대까지 떨어졌던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40%선까지 올랐다고 한다. 찬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을 소신 있고 묵묵히 추진해나간 결과라 생각된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 속에 앞으로는 야당과의 협치가 있어야만 산적한 더 큰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토끼가 세 개의 굴을 마련해 지혜롭게 미래를 준비한다’는 뜻의 ‘교토삼굴’의 자세가 필요하다. 예고된 경제침체에 대응하는 기업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리스크와 경제위기를 극복하며 국가의 백년대계를 준비해야 하는 정부도, 높은 물가와 자산 가치 하락 속에 가정을 지켜야하는 개인도 모두 토끼의 지혜를 배워 신중한 자세로 미리 대비하고 영민하게 움직여 번창과 풍요를 누리는 2023년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강기노(마산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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