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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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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미의 사회성- 김종원(경남도립미술관장)

  • 기사입력 : 2023-01-17 19: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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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래에 미술에 관심을 보이는 대중 연예인이 종종 있으며, 때로는 작품 제작에도 일가견을 보여 세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도 있다. 그중에서도 방탄소년단의 한 구성원의 미술에 대한 이해와 수집 그리고 미술관 방문은 언론의 취재 대상이 될 정도이며, 미술관에서는 그러한 내용을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곳곳에 있다. 이러한 현상을 굳이 백안시할 것은 못 되나, 그 저의에 대해 살펴본다면 미술에 대한 대중의 그리고 행정의 허약한 철학적 미학적 바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연예인이 다녀간 미술관의 관객이 늘어나거나 주변의 관심이 높아지는 데에는 관람객의 주체적 심미의식 부재를 말하지 않을 수 없고, 다녀간 사실에 기대고 또 그 발자국 형상을 굳이 표시해 선전용으로 삼는 미술관이나 행정기관의 나약함을 목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세상을 영위해 나가는 인간들의 욕망의 목적성이 무엇인지 새삼 말하지 않아도 이미 잘 알려져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선택함에 있어서 문화적 실천을 추구하는 것이 이 시대 인간이 인간다움을 보이는 것이라고 본다. 인간은 의지를 통해 동물적 욕망이 자기 자신을 지배하는 것을 억제하고 사회성의 확보를 위해 윤리의 완성을 부단하게 도모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사람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과 미술관 방문은 그러한 사회적 윤리의식의 완성에 미술의 영향이 무엇이며, 그 힘이 어떠한지 인류의 역사적 경우에 비춰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며, 그리고 미술에 대한 애정과 미술관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사회성의 완성 지점에 가깝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미, 즉 아름다움이란 인간의 목적인 사회성의 완성이 자연의 법칙성에 상호작용한 결과로써, 다시 말하자면 정신과 육체적인 노동이 자연과 상호작용해 불러오고 이뤄내는 이성과 감성의 혼융이자 중화의 경계이다. 이에 대한 확인을 인간은 구체적 미술품에서 하고 그 확인을 통해 인간의 윤리적 도리가 자연과 합일해 불러오는 이상향을 꿈꾸는 것이다.

    한 연예인의 미술에 대한 애정에서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진지함과 진정성을 확인하게 되는 즉각적 기회를 포착한다면, 우리의 생활 자세에 대한 개별적 반성과 사회적 성찰을 동시에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일종의 호사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의 생활에서 욕망이 얼마나 합목적적이고 얼마나 합법칙적인지 확인하는 그 지점이 개인적 반성이자 사회적 성찰로서의 미의 완성으로 가는 경계로 판단한다. 연예인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을 과도하게 포장해 말할 것도 없으며 더더욱 폄하할 것도 아니다. 일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행동들로 지속돼야 하는지에 대한 개별적 심미의식이 스스로를 아름다운 사람으로 조탁해 갈 것이다.

    각 지자체에서 미술관 건립을 계획한다거나 하고 있는 경우를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으며, 이미 미술관이 있는 지자체에서는 이 미술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 행정부처와 의회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이 미술관이 존재하는 행정상의 근본적 구조와 운영의 본질적 목적과 그에 따른 조처사항에 대해서는 관심과 염려가 없다. 이러한 것이 바로 주체적 미의식이 평소의 일상에서 없는 상태에서, 비문화적이거나 반문화적 행동이 버젓이 교양인양 자리한 사회적 구조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한 연예인의 미술관 관람에서 우리가 걷어내어야 하는 것은 부화뇌동이며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것은 그의 심미자세이다. 행정부처와 의회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미술이 사회성의 완성에 얼마나 위대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확인과 인식이며, 버려야 하는 것은 상식에 도달하지 못한 왜곡된 행정이 불러온 비문화적 의식과 반문화적 행동이다. 경남도립미술관에도 그 연예인이 다녀갔다. 무엇을 배워야 할지는 각자의 상황이다.

    김종원(경남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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