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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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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다공증 약과 턱뼈 괴사증] 턱뼈 지키려면… 골다공증 환자 치과 치료 땐 반드시 알려야

장기간 골다공증 약물 복용은 파골세포 활성 저하
치아 발치 등 시술 후 치료 부위 아물지 않아

  • 기사입력 : 2023-04-10 08: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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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어금니를 발치한 이모 씨는 시간이 지나도 치료 부위가 좀처럼 아물지 않았다. 계속되는 통증에 피와 고름마저 나오자 인근 대학병원을 방문한 이모 씨는 턱뼈가 괴사해 수술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모 씨의 병명은 약물 관련 턱뼈 괴사증으로, 수년 전부터 골다공증 약을 복용 중인 상태에서 치아 관리를 못 해 발치를 했던 것이 화근이 됐다.

    최근 골수염 증상으로 대학병원 치과를 찾는 환자들이 많다. 치아 발치나 임플란트 시술 후 수주가 지났는데도 치료 부위가 아물지 않아 잇몸뼈가 드러나고, 심한 경우 계속해서 나오는 피와 고름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골다공증 약을 복용하거나 주사제를 투여하고 있는 ‘약물 관련 턱뼈 괴사증(MRONJ)’으로 진단된다.

    정세화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치과 교수가 환자에게 치아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삼성창원병원/
    정세화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치과 교수가 환자에게 치아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삼성창원병원/

    약물 관련 턱뼈 괴사증은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질환이다. 초창기에는 2009년 미국구강악안면학회(AAOMS)의 진단기준에 의해 당시 많이 쓰였던 비스포스포네이트 약제와 연관되어 ‘비스포스포네이트 관련 턱뼈 괴사증(BRONJ)’라고 불렸다. 비스포스포네이트 골다공증 약은 파골세포(뼈를 파괴하고 흡수하는 세포)의 활동 억제를 통해 오래된 뼈 조직의 흡수를 억제하여 골밀도를 높이는 골다공증 환자를 위한 필수적인 약물이다. 그러나 치과 치료에 있어서는 주의가 요구된다.

    치과적 수술에는 ‘치조골’이라는 치아를 감싸고 있는 뼈가 외부로 노출되는 술식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치아 발치와 임플란트 식립을 위한 수술이 있다. 치조골이 외부로 노출되면 그중 불필요한 부분은 파골세포에 의해 흡수되고, 이 흡수는 골형성세포를 자극해 그 자리에 새로운 뼈가 생기면서 발치된 자리가 아물고, 임플란트 고정체는 주변 뼈와 붙게 된다. 이때 장기간 골다공증 약물 복용으로 파골세포의 활성이 저하되고 전반적인 골세포 리모델링 기전이 둔화하였다면, 새로운 뼈가 생기지 않고 치조골이 계속 노출되어 버리는 골수염이 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다공증 경구약을 4년 이상 복용했거나 주사제로 투여받는 환자가 치과 치료 후 8주가 지났는데도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일단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복용 기간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전체 골다공증 약 복용자 중 턱뼈괴사증 환자 발생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지만, 한번 진단된 환자는 장기간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약물만으로 호전되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 괴사된 뼈를 제거하는 부골적출술을 받아야 한다. 턱뼈 전체가 괴사됐다면 도려낸 자리가 아물지 않아 턱뼈를 모두 제거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치과적 수술이 예정된 경우라면 꼭 약물 복용 여부를 치과에 알려주고, 시술 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골다공증 약은 폐암, 전립선암, 유방암, 다발성 골수종 등 항암치료 환자에게 뼈로의 전이 및 확산을 막는 치료제로도 쓰이는데, 항암제와 같이 쓰일 때 뼈 괴사 위험도가 높다.

    CTX 혈액검사로 병의 발생 예측 및 수술 시점을 결정하는 데 참고하고 있으나, 이는 유일한 참고지표일 뿐 예지성이 높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 현재로서는 예방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다. 치과의사는 수술 전 골다공증 약 복용 환자에 대해서는 처방의에게 협진을 의뢰하여, 시술 전후로 휴약기(약을 먹지 않는 기간)를 꼭 가지기를 당부한다. 이미 진단받은 환자의 경우 전신 상태가 허락한다면 약물 중단을 의뢰해야 한다. 최근에는 비스포스포네이트뿐 아니라, RANKL 단클론항체, 각종 항암제, 혈관형성억제제 관련해서도 동일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어, 뼈대사에 영향을 주는 전반적인 약제에 대한 골수염 ‘약물 관련 턱뼈괴사증(MRONJ)’으로 개념이 바뀌고 대상 약제의 범위가 더 확장됐다. 경구 복용제보다는 주사제에서 발생 빈도가 높게 나타나고, 단순 칼슘제나 비타민D, 호르몬제 등은 무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골다공증 약물 치료가 계획된 환자나 항암치료를 위해 관련 약제 치료를 시작할 환자들은 약물 투입 전, 빼야 할 치아가 있다면 미리 제거하는 것이 좋다. 해당 질환 치료에 있어 혈소판풍부피브린, 골형성단백질, 부갑상선호르몬 약제 등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으나 환자의 골대사능력 회복이 치유의 주된 요소이기 때문에, 치료 완료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으며 다른 질환에 비해 치유 속도가 더딘 편이다.

    골다공증 약은 삶의 질을 위해 필수적이고, 높지 않은 확률의 턱뼈괴사증 때문에 기피해서는 안될 중요한 약이다. 그렇다면 골다공증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받고 있는 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치과 정세화 교수는 “치과적으로 치조골 노출이 발생되는 발치나 임플란트 시술 등의 기회를 만들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소보다 더 구강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치아질환 중 많은 부분은 정상적인 관리만으로 막을 수 있는 생활 습관 질환이다. 깨끗한 구강 관리와 정기적인 치아 검진을 통해 골수염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정세화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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