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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김종인·금태섭의 ‘신당’, 용꿈인가 개꿈인가-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소장)

  • 기사입력 : 2023-04-25 19: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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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총선이 이제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내년 4월 10일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다. 특히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신당’과 ‘제3세력’ 논의가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흘러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몸담았던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세력, 신당에 대한 토론회를 얼마 전 열었고, 이 자리에 ‘미스터 비대위원장’으로 불리는 김종인 박사가 참석했다. 김 박사는 ‘금태섭 전 의원은 대선 후보감이고 이준석 전 대표도 대선에 도전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말로 신당 군불 때기를 시도했다. 금 전 의원은 각종 방송과 언론의 인터뷰에서 신당 명분론을 강조하고 있는 중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신당 참여 가능성에 대해 언론의 질문을 받고 ‘일절 그런 생각이 없고 당내 반란군을 진압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렇다면 마치 철마다 찾아오는 유행가처럼 정치권에 신당 창당론이 흘러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기존 정당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회 의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형적인 양당 구도 속에서 민생은 외면되고 진영 간 대결 구도가 극도의 정치 혐오를 불러오면서 정치권 전체에 대한 심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둘째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무응답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8~20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3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8.6%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32% 동률로 나왔다. 그런데 두 정당의 지지율보다 더 주목하게 되는 수치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 비율이 무려 31%나 된다.

    무당층 비율이 모두 신당으로 연결된다면 기존 진영의 정당들과 총선에서 해볼 만한 싸움이 된다는 의미다.

    셋째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깊은 내홍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총선까지 불확실성의 확대가 예상된다. 아무리 진영이 단단하다고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의 돈 봉투 사태로 인한 송영길 리스크와 각종 검찰 수사와 재판을 앞두고 있는 이재명 리스크의 폭발성은 일파만파 예측하기 힘들 정도다. 국민의힘은 당내 친윤과 비윤 사이의 정치적 앙금이 언제, 얼마나 큰 회오리바람이 될지 전망하기 어렵다. 검찰 출신이 공천을 대거 장악하는 국면이 된다면 당내 예상되는 파장은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신당에 대한 미래는 희망적이지 않다. 우선 명분 부족이다.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이 높은 이유는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감과 비호감이 높아진 탓이지 새로운 정치 세력에 대한 갈구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진영 간 대결 구도 속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지 실체적인 평가는 낙제점 수준을 면치 못한다.

    두 번째는 구심점과 조직력의 부재다. 87년 이후 정치판에서 존재감을 인정받았던 신당은 대선 후보급 구심점이 있었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했던 자유민주연합과 자유선진당은 김종필과 이회창이 있었고 2016년 총선에서 38석을 얻어냈던 국민의당은 안철수라는 구심점이 있었다. 누군가 혜성같이 등장할 인물이 있는지 몰라도 김종인, 금태섭, 이준석 정도로 진영 구도를 깨트리는 파괴력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수다.

    셋째로 해외의 사례를 보더라도 강력한 신당의 출현은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공약을 동반했었다. 마크롱의 ‘전진’ 정당은 이발사와 택시기사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도록 국민 대표의 자격을 대혁신했고, 이탈리아의 오성운동 정당은 5개의 본질적인 민생 공약으로 부패한 이탈리아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가져왔었다. 유권자들은 정치권에 새로운 정당이라는 메뉴를 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식당(원천적으로 혁신된 국회)을 원하는 수준이다. 총선에서 몇 석을 차지해야지 하고 자리 욕심이나 내는 신당이라면 용꿈이 아니라 개꿈이다.

    배종찬(인사이트케이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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