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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부울경 광역철도망 시대와 ‘관계인구’라는 상상력- 조정우(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5-09 19: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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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의 부전역과 창원의 마산역을 잇는 광역철도가 건설 중에 있다. 이 철도는 원래라면 벌써 개통이 되었어야 했지만, 2020년 3월 공정률 90%에서 낙동강 해저터널 구간이 붕괴되면서 완공이 지연되었다. 지반이 매우 약한 낙동강 하저를 통과하는 난공사인데다 다시 새로 터널을 파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개통 시점은 관계기관도 시공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한다. 그렇지만 각 역들은 이미 완성되었고 열차차량도 다 준비되어 창원역에 대기하고 있는 등 사고 구간만 수습되면 역사적인 개통을 맞이할 것이다.

    경전선 광역철도망은 부산~마산 구간이 완공되면 이미 완공되어 있는 마산~진주 구간은 물론이고 현재 광역전철이 운행 중인 울산~부산 구간과도 연결될 예정이다. 물론 국토부와 코레일 및 관련 지자체 간 협의해야 할 사안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울산~부산~김해-창원~진주를 잇는 부울경 철도망은 바로 눈앞의 현실로 다가와 있다.

    광역철도의 개통은 해당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선례로 서울 용산과 강원도 춘천을 잇는 ITX경춘선을 들 수 있다. 2012년 개통된 이 신설 철도는 서울의 중심부와 춘천 간의 이동 시간을 1시간 남짓으로 단축시킴으로써 춘천을 사실상 수도권으로 편입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런데 그 영향은 업종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를 보였다. 의류 소매업은 춘천의 소비자들이 ITX를 타고 서울의 대형 쇼핑몰로 가버린 탓에 큰 타격을 받은 반면, 음식업과 숙박업은 서울에서 오는 나들이객이 급증하여 꽤 재미를 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신설 경전선이 개통되면 경남 지역의 도시들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낙동강 구간 사고가 일어나기 전 광역철도의 개통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대해 경남 지역에서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가가 오를 것이라는 희망도 있었고, 부산의 서면이나 해운대로 쉽게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설렘도 있었다. 반면에 창원의 백화점 업계에서는 부산의 대형 백화점에 손님을, 시외버스 업계에서는 철도에 손님을 빼앗길까 매우 걱정하기도 하였다. 경남의 대학들에서도 통학 여건의 개선으로 경남의 학생들이 부산으로 진학을 하지 않을까 따져보기도 하였다.

    이 모든 우려에서 핵심적인 것은 인구유출의 문제이다. 거주지 등록을 기준으로 하는 ‘정주인구’ 개념으로 보면 당연한 걱정이다. 지자체별 행정단위로 주민등록 인구의 증감을 계산하면 아무래도 경남이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관계인구’의 관점으로 보면 광역철도의 개통은 경남의 지역 활성화에 계기가 될 수 있다. 관계인구라는 것은 거주등록지에만 매진하지 않고 지역 간을 이동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관여·참여하는 인구집단을 말한다. 이는 기존의 등록인구 계산방식으로는 포착하기 어렵지만 이동과 참여에 따른 사회경제적 기대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하나의 상상력이자 비전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경남도에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국토부로부터 승인받아 창원과 김해에 도시철도망을 구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은 대단히 환영할 일이다. 2010년 행정통합으로 출범한 창원시의 실질적 통합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 이유로 기존 마창진의 대중교통망이 재편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김해의 경우에도 남해고속도로를 경계로 북쪽의 원김해와 남쪽의 장유 신도시로 양분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번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은 광역철도의 각 역과 주요 도시의 연결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마창진과 남북김해를 잇는 대중교통망도 함께 구상하고 있어 지역간 광역교통망과 지역내 도시교통망이 긴밀히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주인구에서 관계인구로의 전환이 모색되고 있는 시점에서 경남의 광역-도시교통망의 연계 구축은 관계인구의 상상을 실질적인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정우(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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