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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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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멍드는 마음… 아이들이 위험하다

최근 4년간 우울증·불안장애 21만명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 갈수록 심화
관련 유해 커뮤니티 차단 등 교육 필요

  • 기사입력 : 2023-05-17 08: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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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한 온라인 우울증 커뮤니티에서 만난 10대 여학생 2명이 SNS로 생중계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경찰에 구조됐다. 지난달 16일 같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여고생이 생중계 중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지 19일 만에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SNS에서 생중계한 것도 비슷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것도 비슷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도 비슷하다. 이는 최근 청소년의 우울증이 증가한 측면도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에 관련 커뮤니티나 오픈채팅방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예방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4년간 우울증·불안장애 청소년 21만명 달해= 최근 4년간 우울증 및 불안장애를 겪는 아동·청소년이 2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아동·청소년 우울증 및 불안장애 진료 현황’에 따르면 2019~2022년 상반기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진료받은 18세 이하 아동·청소년이 20만956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는 5만433명이었던 것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년이 지난 2021년에는 6만3463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도 4만6504명이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진료받은 청소년 총 20만9565명 중 우울증이 13만5068명, 불안장애가 7만4497명 등으로 나타났다.

    도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2022년 학생 건강검사 및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 경남은 지난 2019년에는 우울감 경험률이 25.6%였던 것이 2020년 23.3%, 2021년 24.9% 등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다가 2022년에는 27.9%로 3%p 증가했다. 우울감 경험률은 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다.


    ◇우울증 커뮤니티 등 되도록 피해야… 조기 치료 중요= 우울증 등과 관련된 모임에 대해 도움이 될 것이 없다고 전문가는 조언했다. 오수환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의 고립감이 우울증이나 불안증 등에 많은 영향을 준다. 청소년기에는 또래 집단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학교생활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예전에도 또래에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고립된 친구들이 인터넷이나 오픈채팅 등에 빠지면서 문제가 됐었다”며 “코로나를 겪으면서 학생들은 학교에 못 가게 됐고 이들은 더 고립됐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청소년들의 사교 기술이 예전에 비해 많이 미숙한 점도 문제다. 이들의 외로움이나 고립감이 높아지게 되면 온라인에서의 인간관계 등에 더 빠지게 된다”며 “온라인은 익명성으로 인해 상당히 왜곡된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울증에 빠지게 되면 기본적으로 뇌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시야가 편협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끼리 만나면 편협한 결정이 나게 될 확률이 높다”며 “그러다 보니 자해나 자살 쪽으로 더 의견을 공유하게 되고, 더 심하게 우울증이 발전하게 되기도 한다. 또래 집단의 심리적 압력이 강하다 보니 동조하는 분위기가 크다. 우울증만 있는 아이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다 보면 편협한 방향으로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의 경우는 특히 더 과격하게, 그리고 극단적인 표현들이 나오면서 그런 쪽으로 몰아갈 수 있다. 익명-온라인-청소년들의 사회성 미숙함-우울증 등이 더해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연예인의 자살 같은 경우도 보도를 지양하고 있는 추세인데, 다 그런 영향이라고 본다. 그런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를 해줘야 한다. 물론 학교에서의 조기 발굴 및 치료는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경남교육청, 자살예방교육 강화= 경남교육청은 최근 3년간 학생 자살로 인한 사망 증가 추세를 감안해 학생들의 정신건강 증진 및 자살 예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 자살예방 및 위기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학생 자살예방을 위한 학부모 교육 실시 △학생 자살예방 및 생명 존중 교육 지원(경남생명의전화, 경남자살예방협회) △위기사안 관련 학생 대상 학교응급심리지원 △정신건강 전문가 학교 방문 지원사업 △정신건강 위기학생 진료·치료비 지원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또 학생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관심군에 대한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 심층 평가 지원 △학생 맞춤형 정신건강 프로그램 희망학교 운영 지원 △실무자 대상 학생 정신건강 증진 역량 강화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도 협업해 찾아가는 마음성장학교 8개교를 대상으로 선정해 정신건강 증진 교육 및 캠페인을 실시했으며, 청소년 마음건강캠프(7~8월)와 정신건강 실무자에 대한 역량 강화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학생 자살예방을 위한 캠페인과 함께 위기 문자 상담망도 운영한다. 초·중·고 생명존중 동아리도 운영하며, 단위학교 내 학교 위기관리위원회 상시 운영으로 자살, 자해 등 위기학생에 대한 상담 및 관리도 강화한다.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의 조기 시행을 통해 정신건강 위기학생 상담 및 전문기관 연계를 지원하고 우울, 고립, 불안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인지하는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과 조기 상담의 중요성을 더 자세히 안내할 계획이다.

    이민영 기자 mylee7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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