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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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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90)

- 줄당기기, 맞서다, 잡아매다

  • 기사입력 : 2023-05-17 08: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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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70쪽부터 7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70쪽 둘째 줄에 ‘도르래’가 또 나옵니다. 앞서 나온 말이긴 하지만 ‘도르래’는 어떻게 ‘도르래’가 되었는지 그 말밑(어원)을 생각해 보지는 못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나름대로 풀이하지만 ‘돌다’의 ‘돌’에 ‘으래’가 붙은 ‘돌으래’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이 ‘도르래’라는 풀이가 가장 그럴듯합니다. 이런 풀이는 말집(전에서 ‘도르래’를 ‘바퀴에 홈을 파고 줄을 걸어서 돌려 물건을 움직이는 장치’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그 안에 ‘돌려’를 생각해 볼 때 더 그렇습니다.

    같은 줄에 ‘줄당기기’가 나옵니다. 이 말이 어떤 뜻인지는 ‘줄+당기기’로 낱말을 쪼개어 보면 바로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대중말(표준말)이 아닙니다. 말집(사전)을 찾으면 ‘줄다리기’가 대중말(표준말)이라고 돼 있습니다. 이 말을 쪼개어 보면 ‘줄+다리기’인데 뒤에 쓰인 ‘다리기’의 움직씨인 ‘다리다’를 찾으면 “‘당기다’의 비표준어”라고 해 놓았습니다. 왜 이런 얄궂은 말이 대중말(표준말)이 되었는지 그 까닭을 알 수는 없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줄당기기’를 대중말로 바꾸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여섯째 줄부터 여덟째 줄에 걸쳐 “가, 다에서 각각 1사람이 당기면 ‘나’에게서는 몇 사람이 당겨야 맞서느냐?”라는 월(문장)이 있습니다. 이 월은 ‘각각(各各)’이라는 말을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돼 있습니다. ‘각각(各各)’을 말집(사전)에 찾으면 ‘따로따로’를 쓰는 것이 좋다는 풀이가 나오기 때문에 ‘따로따로’로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맨 끝에 있는 ‘맞서느냐’의 ‘맞서다’는 ‘서로 마주 서다’는 뜻도 있고 ‘서로 굽히지 아니하고 마주 겨루어 버티다’의 두 가지 뜻이 있지만 둘째 뜻으로 쓰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홉째 줄에 나오는 ‘잡아매다’는 말도 참 반가웠습니다. 다른 책이나 글에서 ‘결박하다’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잡아매다’는 쉬운 말을 썼기 때문입니다. 70쪽 마지막 줄부터 71쪽 첫째 줄에 걸쳐 나오는 “‘다’에서 1사람이 당길 때 ‘나’에게서는 몇 사람이 당기면 맞설까?”도 모두 토박이말로 돼 있어 좋았습니다.

    71쪽 아홉째 줄에 있는 ‘끌어 올리는 힘’도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쉽게 풀어 쓴 말이라 좋았습니다. 열한째 줄부터 열셋째 줄에 걸쳐 있는 “우리들도 이런 실험을 하여서 얼마의 힘으로 들어 올리는가를 알아보자.”는 월에서는 ‘실험’이라는 말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돼 있습니다. 그다음에 이어지는 “위와 같이 하여 무게가 80g인 짐을 올리자면 얼마의 힘이 들겠느냐?”는 월도 ‘80g’을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돼 있어 참 좋았습니다. 이렇게 쉬운 낱말과 쉽게 풀어 쓴 월로 되어 있는 옛날 배움책을 보면서 앞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만드는 새로운 배움책도 그렇게 만들 수 있도록 함께 힘과 슬기를 모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경남실천교육교사모임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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