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때부터 발레·한국무용 등 배우며
창원대 무용과·대학원서 전문성 키워
진주검무 이수자 어머니 따라 검무에 흠뻑
매주 예능보유자 선생님들께 지도받아
폴댄스로 필요한 체력·인내력 기르고
나만의 해석 담긴 춤으로 끊임없이 연습
젊었을 때 우리 문화의 가치를 발견하는 경우는 많이 있지만, 용기를 가지고 온몸을 던져 뛰어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진주검무에 재능과 열정을 가진 청년이 진주검무에 흠뻑 빠져 있다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진주검무 전수자 김정수 씨.
진주검무 전수자 김정수 씨.창원에서 태어난 김정수씨는 초등학교 때 학원에서 발레를 배우다 김해로 이사를 하면서 무용을 잠시 쉬게 된다. 그리고 중1 때 집 근처의 학원에서 한국무용과 인연을 맺었다. 고등학교 때 경주시가 주최한 학생 민속무용경연대회에 도전해 금상을 두 번, 세계교류협회가 주최하는 제1회 전국무용경연대회에서 출전해 금상을 받는 등 여러 콩쿠르에서 크고 작은 상을 받았다. 중·고등학교 때 한국전통무용, 창작무용, 현대무용, 발레의 기초를 습득한 김정수씨는 창원대학교 무용과에 입학해 4년간 장학금을 받으며 무용을 공부했다. 또 같은 과 교수와 선후배로 구성된 학생무용단에 가입해 매년 한 번씩 동유럽을 순회하는 공연을 다녔다. 이때 김정수씨는 무용을 보는 시야와 견문을 넓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한다. 그는 그 후 창원대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으며 이론 공부를 더 했다.
진주검무 전수자 김정수 씨.
진주검무 전수자 김정수 씨.그를 만나기 위해 찾은 김해시 흥동로의 개인 연습실은 장구와 북이 벽면에 질서정연하게 정돈돼 놓여 있었고 한쪽에는 폴 댄스를 연습하는 도구가 세워져 있었다.
진주검무와 폴 댄스,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과 발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폴 댄스, 보통 사람은 폴대에 잠시 매달려 있기도 힘든데, 폴 댄스는 폴대에서 몇 분간 바닥에 내려오지 않고 매달려 여러 고난도의 기술을 보이는 몸짓 공연으로 대단한 지구력과 근력 없이는 감히 엄두도 못 내는 운동이 아닌가? 김정수씨는 “어떤 공연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진주검무는 넓은 공간을 활용하여 두 손에 칼을 들고 춤을 추기 때문에 체력과 인내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주검무를 잘 추기 위해 몸의 유연성과 강한 근력을 키우는 자기만의 방법이라며 웃었다.
진주검무 전수자 김정수 씨.
진주검무 전수자 김정수 씨.진주검무를 접하게 된 경위와 연습은 현재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자, “어머니가 진주검무 이수자라 어머니의 영향이 컸고, 매주 한 번씩 진주시 전통예술회관에 가서 국가무형문화재 제12호 진주검무 예능보유자 유영희, 김태연 선생님으로부터 지도받는다”고 했다.
진주검무가 어떤 춤인지 묻자 “여러 춤을 추어 보았으나, 진주검무는 매우 어려운 춤이고 계속 단련해야 하는 춤이라 끊임없이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용수로 가장 어려웠거나 현재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체중과의 싸움’이라며 짧게 답했다.
프로 복싱 선수에게 가장 힘든 점을 물으면 상대 선수보다 체중과의 싸움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무용수인 김정수씨가 이런 말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체중조절을 위해 먹고 싶은 것을 앞에 두고 먹지 못하고, 다이어트를 해야 할 때가 가장 어렵고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르친 후 아이들이 다음 시간을 기대하고 기다려 줄 때 가장 행복하고 즐겁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현재 진주검무를 배우는 전수자이면서, 한편으로 문화예술교육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학교예술 강사로 활동 중이다.
진주시 진양호 공원 안에 있는 진주시 전통예술회관으로 그를 다시 찾았을 때 마침 어머니 박명주 진주검무 이수자가 함께 동행하고 있었다. 딸이 아닌 제자 김정수씨의 진주검무에 대한 생각을 묻자 박명주 진주검무 이수자는 “춤 자세는 좋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공백 기간이 있어 지금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주검무 전수자 김정수 씨.그의 춤에는 절도가 있다. 힘과 유연성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은 품격이 다르다. 오래전부터 전해져 오는 진주검무의 동작과 사위의 범위 안에서 자신의 해석이 담긴 아름다운 춤을 추고 있지만, 칼끝· 칼날 면· 손목의 움직임에서 칼의 추상같은 매서운 기백이 살아 느껴진다.
진주검무의 정신적 지주는 논개라고 말할 수 있다. 매년 5월이면 진주성에서 논개를 추모하는 의암별제가 열리고, 여기에 가장 중요시하는 춤사위가 바로 진주검무다. 진주에서 논개를 모르고 검무를 추는 것은, 화가가 석고 데생을 그릴 때 그리고 있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모르고 그리는 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1593년 6월 진주성이 왜적의 정예 9만의 침략으로 함락되고, 성안에 있던 7만 군·관·민이 거의 몰살당하는 비극이 있었다. 전쟁에 이긴 왜적이 큰 잔치를 열 때 간혹 살아 숨어있던 부녀자를 끌고 와 노리개로 참석하게 했다. 가족을 잃고 끌려 나온 자들은 원통함과 분노가 하늘에 닿았지만, 어찌해 볼 힘이 없었다. 승전기념 잔치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논개가 조선 침략 9번대 중 가장 잔인하고 악명 높았던 2번대를 이끈 가등청정의 부장이며 신검으로 알려져 있던 모곡촌육조(毛谷村六助)를 유혹한 후 촉석루에서 남강으로 내려가 그를 껴안고 푸른 강물에 몸을 날려 함께 죽자, 조선인의 저항과 분노의 불씨에 왜적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주검무 전수자 김정수 씨.그 후 조선시대 진주에 주둔한 군인들에게 최고의 인기는 예기들이 추는 진주검무였다. 예기를 자칫 하찮게 취급할 수 있지만,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예기들도 언제든지 군인과 같이 나라를 위해 한목숨 초개와 같이 던질 수 있는 논개의 후예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추모제가 바로 의암별제다.
김정수 전수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의암별제에 헌무로 참여한다.
김정수씨는 올해 37세로 진주검무에 빠져 사는 젊은 무용인이지만, 새로운 활기와 재충전을 위한 방법으로 제빵과 옷 만드는 취미가 있다. 틈틈이 빵의 원료를 직접 선택하고 구매해 케이크·소금빵·다양한 베이커리 등을 만들어 나누어 먹기도 한다. 또 원피스·아이들 상·하복·생활복 등 필요한 웬만한 옷은 직접 만들어 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로를 해소한다.
조평래(소설가)조평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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