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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기자의 우리동네 해결사] (6) 창원 상남동 취객을 말려줘

술 취해 욕하고 부수고 때리고… 밤새도록 비틀거리는 거리

  • 기사입력 : 2023-08-16 20:35:13
  •   
  • 경남 최대 유흥가 상남동

    관할서인 신월지구대 매일밤 ‘취객과의 전쟁’
    하루 평균 69건 신고 접수… 야간에 59건


    현장 동행해보니

    술 취해 휘청이다 오토바이 파손 후 횡설수설
    노래방 취객 폭행 사건… 음주 운전 적발도

    거리 곳곳 만취자 대응하다 보니 어느새 아침


    주취자 해결 위해서는

    음주문화 개선·시민 감시 등 사회적 노력 필요
    현장출동 경찰에 촬영장비 보디캠 지급해야


    “체포하이소. 감당하겠으예? 당신들, 내 가만히 놔두는가 봐라.”… ‘철컹.’

    한강 이남 최대 유흥업소 밀집 지역의 하나로 알려진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야심한 새벽 시간대에도 어김없이 취객들의 소란이 벌어집니다. 취재진은 지난달 하순께 매일 같이 ‘취객과의 전쟁’이 벌어지는 상남동 관할 창원중부경찰서 소속 신월지구대를 찾아 동행 취재했습니다.

    이곳은 경남에서 경찰관들에게 이른바 ‘3신’으로 불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창원 신월지구대와 김해 신어지구대, 거제 신현지구대 등은 취객 등 신고가 제일 많다고 소문난 곳이죠. 신월지구대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하루 평균 69건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주간 때 신고가 하루 평균 10건인 반면, 야간 때 하루 평균 59건에 달했죠.

    도시가 깊은 어둠에 잠긴 시각, 경찰의 본격적인 출동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취재진이 동행한 날도 어김없이 취객은 등장했습니다. 하루 사이 일어난 일들을 전하려고 합니다.

    지난달 29일 오전 1시 50분께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서 경찰이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1시 50분께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서 경찰이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초저녁부터 한 여성 취객의 등장으로 경찰이 바빠졌습니다. 이날 오후 8시 41분께 상남동 시민생활체육관 근처로 술에 취해 위험해 보이는 여성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곧바로 순찰차에 올라탄 경찰이 신고 내용을 반복해 들으며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그곳에는 한 여성이 술에 취해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돌의자에서 ‘엎드렸다 일어섰다’를 반복합니다.

    이 여성에게 경찰이 다가가 “집에 갈 수 있겠어요?”라며 말을 걸자, 그래도 여성은 “예 예”라며 곧잘 대답합니다. 근처에 택시가 안 잡혀 경찰은 여성을 택시가 잘 잡히는 곳까지 태워줬죠. 이후 경찰은 신고자와 조치를 잘했다고 연락도 했는데요. 신고한 시민은 “여성이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걱정이 됐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오전 1시 59분께 상남동 거리에 한 취객(왼쪽)이 앉아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1시 59분께 상남동 거리에 한 취객(왼쪽)이 앉아 있다.

    상남동 내 신월지구대에서 취객을 상대하는 사이, 창원중부경찰서 교통안전계에서 상남동 내 음주단속에 나섰는데요. 음주 운전자는 어김없이 적발됐습니다. 오후 10시 30분부터 2곳서 진행된 음주운전 단속에 1시간여 만에 적발자가 나왔습니다. 음주가 감지돼 차량에서 내린 30대 A씨는 오후 4시께 소주 2병을 마셨다고 했는데요.

    마침내 음주 측정, “더더더더더…. 자 됐습니다.” 그 결과는 면허 정지 수치에 해당하는 0.073%로 나타났습니다.

    A씨는 “상남동에서 술을 마신 뒤 집도 근처라서 운전대를 잡았다”라며 취재진을 보고는 당황스럽다고 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은 면허 취소, 0.03~0.08% 미만은 면허 정지인데요. 그나마 ‘면허 취소가 안 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경찰관은 단속에 걸린 그에게 “사고가 안 났으니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8일 밤 11시 30분께 상남동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밤 11시 30분께 상남동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이후로도 주취자 대응은 계속됐습니다. 상남시장 쪽에서 우체국삼거리 방향, 한 취객이 배달 오토바이를 넘어뜨렸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경위 파악에 나섰지만 취객은 횡설수설입니다. 그는 “대리운전을 부르려고 했어요. 떳떳합니다.”라며 딴말을 하는가 하면, 잠시 후엔 “내가 넘어트린 게 맞는지 내 차 CCTV를 확인해 봅시다. 유튜브 한문철 TV를 자주 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차량은 저 멀리 주차돼 있다고 하는데요.

    젊은 청년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 유니폼을 입고 있었습니다. “회사 회식을 했는데, 제가 막내”라며 “주량이 소주 1병인데 1병 반을 마셔 취했다. 정신력으로 버텼다”고 했습니다. 이후 오토바이 주인이 등장해 그의 연락처를 받아 갔습니다. 오토바이는 파손돼 고칠 곳이 많다는데요. 추후 수리비를 물어주게 된다면 ‘비싼 술값’을 치르겠네요.

    지난달 28일 밤 상남동에서 경찰관이 음주단속을 통해 적발한 음주 감지 대상자에 대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밤 상남동에서 경찰관이 음주단속을 통해 적발한 음주 감지 대상자에 대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새벽 1시 40분께 지구대가 잠시 평화를 찾는 듯싶었지만 침묵을 깬 것은 폭행 신고였습니다. 취객이 섞여 있는 두 일행 사이 노래방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해 그 일행이 거리에 나와 있었죠. 거리에는 두 일행 수가 족히 10여명이 되어 보입니다. 건장한 사내들이 서로 욕설을 하고 고성을 지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이때 폭행 혐의 대상자로 신원 확인을 거부한 남성을 경찰이 체포하려고 하자 “감당하겠느냐”라며 막말과 욕설이 쏟아졌습니다. 이때 경찰관은 “감당할게요”라며 체포했습니다.

    수갑을 찬 사람은 담배를 피우고는 꽁초를 바닥에 버린 뒤 경찰관의 눈앞에서 과태료라며 몇만원을 허공에 뿌리기도 했는데요. 결국 사건 관련자들은 지구대로 동행됐죠.

    새벽 2시를 넘은 시각, 상남동 거리 곳곳에서 만취해 앉아 있는 취객을 여럿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하나둘 귀가하자 아침은 밝았습니다.

    지난달 28일 상남동에서 경찰관이 취객 신고를 받고 출동해 귀가를 돕고 있다.
    지난달 28일 상남동에서 경찰관이 취객 신고를 받고 출동해 귀가를 돕고 있다.

    경찰관들은 “오늘은 순한 취객만 있었다”며 “이런 일이 일상”이라 입을 모았죠. 신월지구대는 팀별로 12명씩 4개 팀이 근무하고, 대장 등을 포함해 53명이 주·야 교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치안 현황은 행정구역의 경우 상남동과 봉림동, 용지동 등 3개 동에 면적 8.95㎢를 맡고 있고, 경찰관 1인당 770명가량 담당하죠.

    경찰관들이 치안 현장을 뛰어다니게 만드는 원동력은 사명감이었습니다. 2016년 경찰이 된 이성호 경장은 “치안 최일선은 변수도 많고 위험 부담도 크다”며 “어려운 사람을 도울 때, 강력범을 검거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김주원 신월지구대 1팀장(경감)은 “치안 확보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며 “경찰력만으로 치안을 유지하기 힘들 수 있으니 시민 한 분 한 분이 범죄에 대한 감시자 역할도 해주시고 조력자 역할을 해주시면 조금 더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우리동네.Ssul] ‘취객과의 전쟁’, ‘경남의 3신’으로 불리는 ‘신월파출소’

    주취자 해결을 위해선 음주문화 개선 등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그럼에도 꼭 당장 개선했으면 하는 점이 있었습니다. 폭행 사건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의 몸에 보디캠이 없어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 경찰은 “공무집행방해를 당해 하나 샀었는데 지난해 고장이 났다. 꼭 필요하지만 수십만원 들여 사비로 사야 하기 때문에 대다수 경찰관은 보디캠이 없다”고 전했죠.

    출동 현장을 실시간 녹화하는 보디캠은 모욕, 폭행, 억울한 누명 등에 시달리는 경찰관들의 증거 수집 장치가 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경남경찰청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15년 서울청을 중심으로 시범 도입도 했었지만 현재 법적 근거 미비로 인해 경찰 장비 보급품에 포함이 안 되고 있다는데요.

    조속히 보디캠을 지급해 경찰관부터 지켜야 우리 사회의 치안도 더 잘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

    취재수첩

    1. 최근 흉기 난동 등으로 치안 현장의 위험은 커지는 상황에서 경찰관에 보디캠 지급은 개인정보 보호 등 논란으로 논의만 하세월. 올해 개인정보 보호법이 개정됨에 따라 이참에 활성화될 수 있도록 경찰 수뇌부의 관심이 촉구됨.

    2. 최근 3년 경남에서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2만4851건(한 해 평균 8283건). 올해도 6월까지 3917건 적발(면허 취소가 2773명). 좀체 근절되지 않는 음주운전, 사회가 경각심을 키워야.

    글= 김재경 기자·사진= 이솔희 VJ

    ※우리 동네 해결사 영상은 유튜브 경남신문 채널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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