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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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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트렌드] 하고 싶은 일 다 한다 ‘N잡러 전성시대’

오, 마이 갓생! N잡은 즐거워

  • 기사입력 : 2023-08-17 21:10:59
  •   
  • 2개 이상 직업 가진 사람 ‘N잡러’
    직장인 10명 중 9명 N잡 경험
    의사가 웹툰 작가, 교사가 유튜버
    ‘취미활동→ 직업’ 이제 트렌드

    본업 외 여러가지 부업·취미 즐기며
    재능으로 소득 창출·자아 실현까지


    “이 일도, 저 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누가 시킨 게 아니라 제가 하고 싶어 선택한 일이니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과 에너지가 동력이 돼, 현재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렇게 제 자신과 미래를 만들어 갑니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회사원이고, 일과 동안 학생을 가르치면 교사였다. 그 외 활동은 단순히 ‘취미’ 혹은 ‘가욋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한 사람이 하나의 우물만 파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른바 ‘N잡러’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직업의 개수와 영역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은 업계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트렌드가 됐다. 현직 의사가 웹툰을 연재하고, 에세이를 펴낸다. 유튜버를 겸직하는 교사나 교수도 흔히 볼 수 있다. 음악가가 그림도 그리고, 강의도 나간다.

    이렇듯 2개 이상의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N잡러’라 부른다. ‘N잡러’는 2개 이상 복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job’과 사람을 뜻하는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다.

    본업 외에도 여러 부업과 취미활동을 즐기며 시대 변화에 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전업(轉業)이나 겸업(兼業)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생계 유지를 위한 수익 창출이 아니더라도, 개인이 지닌 재능을 발휘해 경제적 소득뿐만 아니라 자아실현으로까지 연결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N잡러라는 단어에는 단순히 월급만으로는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 또다른 일을 겸업한다는 시각 외에도, ‘갓생 살기’처럼 성실하고, 부지런한 일상을 살아감으로써 삶을 완성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N잡러 전성시대= 실제로 최근 N잡러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아르바이트나 부업 등으로 N잡을 하고 있거나, N잡을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진행한 ‘직장인 N잡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전체 직장인 982명 중 89.0%가 ‘본업과 병행해 N잡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현재 N잡을 하고 있다’고 답한 직장인이 37.8%였고, ‘N잡을 해봤다’는 직장인이 51.2%였다.


    카페 운영하며 조경업계 일 겸하고
    공방 꾸리며 청년단체 활동도 열심
    “여러 우물 파며 미래 경쟁력 키워
    하고 싶은 일 하며 주체적 삶 살아요”


    ◇여러 우물 파는 N잡러=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많은데, 한 우물만 팔 수 있나요? 힘 닿는 데까지 파보는 거죠.”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현(28·양산 물금읍)씨는 최근 대학시절 전공이었던 조경학을 살려 조경업계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렇다고 카페를 그만둔 게 아니다. 오전에는 조경업 일을 위해 현장으로 출근하고, 퇴근한 뒤 옷을 갈아입고서 다시 카페로 재출근한다. 지난해 카페를 차리기 이전에도 조경업계에 종사했던 그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재도전하게 된 것이다.

    이상현씨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손님들에게 제공할 음료를 만들고 있다./이상현씨/
    이상현씨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손님들에게 제공할 음료를 만들고 있다./이상현씨/

    상현씨는 “당연히 한 가지 일만 하면 지금보다는 편하게 일할 수 있겠지만, 저는 카페 경영과 조경 두 가지 일을 놓고 싶지 않았다”며 “금전적인 여유도 장점이지만, 제 적성을 찾고 성취감을 높인다는 부분도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오전 6시께 출근해 오후 10시까지 계속되는 일과에 충분히 지칠 법도 하지만, 상현씨는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남탓하며 번아웃도 빨리 왔겠지만, 제가 원해서 하는 일인만큼 번아웃도 오지 않는다”며 미소지었다. 앞으로 그는 조경 관련 자격증 등을 취득해 조경업에 보다 전문성을 가질 계획이다.

    “대학에서 조경학을 전공한 만큼 제가 공부해 온 분야에 있어 전문인력이 되고 싶어요. 카페 경영이라는 사업도 시작한 만큼 열심히 하고 싶고요. 한 우물만 판다고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게 있을 땐 여러 우물 파보는 거죠. 이렇게 제 삶과 미래를 차근차근 그려가는 게 아닐까요.”

    ◇열심히 살다 보니, 어느덧 프로 N잡러= “‘규칙과 질서가 있는 사회 안에서 어떻게 하고 싶은 걸 다하며 살겠어’라는 말, 많이 듣잖아요. 그럼에도 이 사회에서 내가 방향성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일을 하다 보면 가능할 것이라고 믿어요.”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하사랑(29·김해 진영읍)씨는 캔들, 디퓨저 등 소품을 제작하고 수업도 진행하는 동시에 경남 청년 네트워크 일자리 분과위원, 김해 청년 네트워크 정책협의체 부위원장, 김해시 유네스코 창의도시 자문위원 등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한복모델 선발대회에서 입선해 한복 모델로 무대에 서기도 하면서 ‘프로’ N잡러의 길을 걷고 있다.

    하고 싶은 건 해야 한다는 신념과 함께 행동해나가는 만큼, 사랑씨의 발자취는 자연스레 N잡러의 여정이 됐다.

    사랑씨는 “맡은 업무에 있어서는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다 보니 여러 곳에서 불러주셨고,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공부하며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레 분야가 하나둘 늘었다”고 말했다.

    김하사랑씨가 문화센터 출강을 나가 성인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김하사랑씨/
    김하사랑씨가 문화센터 출강을 나가 성인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김하사랑씨/
    힙팟 클래스 화분 만들기 출강 당시 김하사랑씨와 수강생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김하사랑씨/
    힙팟 클래스 화분 만들기 출강 당시 김하사랑씨와 수강생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김하사랑씨/
    지난해 대한민국 한복모델 선발대회에 출전한 김하사랑씨./김하사랑씨/
    지난해 대한민국 한복모델 선발대회에 출전한 김하사랑씨./김하사랑씨/

    무슨 일이든 힘든 지점은 존재하는 만큼 하고 싶은 여러가지 일들을 꾸준히 이어가고 열심히, 그리고 잘한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한 가지 철칙이 있었다. 바로 ‘선택과 집중’. 여기에 더해 철저한 계획과 체력 관리는 N잡러의 필수 덕목이었다.

    그는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제 능력 밖의 일은 과감히 내려놓는 편이다. 여러 일을 하되, 방향성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하려고 한다”며 “MBTI검사를 하면 항상 계획형의 반대인 P가 나오지만, 일할 때 만큼은 철저한 계획과 시간 관리를 하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관리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사랑씨는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N잡러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시작해보세요. N잡러에 대해 주저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제 자신이 주체가 되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둘 해나가다 보면, 결국 제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더라고요. 다만 자신에 대한 확신이 아직 없다면 스스로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아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책이나 유튜브 등 배우기 정말 좋은 시대잖아요. 제가 원하면 배울 수 있고, 실천할 수 있어요.”

    *갓생(God 生)=‘God(신)’과‘인생’의 합성어.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혹은 멋진 인생.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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