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구는 1923년 진주 지수면 승산리에서 출생하였다. 할아버지는 유학자이자 비서원 승을 지낸 지신정 허준이다. 근검과 절약 정신으로 막대한 부를 창출한 분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1925년 진주여자고등학교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효주 허만정이다.

허준구는 형제간에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겸손과 검소함, 공경과 우애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엄격한 유가적 가풍을 배우고 익히며 성장하였다.

8형제의 셋째로 형 허정구와 허학구가 있으며, 바로 아래 동생이 럭키석유화학 회장을 지낸 허신구를 비롯 허완구, 허승효, 허승표, 허승조가 있다.

지수면 승산리에 있는 허준구의 생가./허준구 화보집/

1923년 효주 허만정의 3남으로 태어나

겸손·검소·공경·우애 배우고 익히며 성장

지수보통학교 졸업 후 진주고보 재학 중

# 허준구의 유년시절

지수면 승산리는 허준구가 7세가 되던 1930년에 동네 전깃불이 들어왔다. 그 이전까지만 하여도 저녁 노을이 지면 어둠속에서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다.

8~10세 전후의 나이가 되면 아이들은 마을 앞에 있는 지수보통학교에 입학하였다. 등잔불 아래서 글을 읽던 허준구도 1931년 9세가 되자 신식학교인 지수보통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지수보통학교 입학을 한 후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승산리에 길게 난 하천에서 여름에는 물장난을, 겨울에는 나무 밑에 철사를 붙여 만든 스케이트를 타고 놀았다. 구자경 LG그룹 2대 회장도 최고의 놀이터가 집 앞에 흐르는 하천이었다고 하였다.

덩치 크고 나이 많은 형들에 밀려 넓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지 못하는 저학년은 주로 집앞 논밭이나 골목에서 공놀이를 하였다. 이것 또한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그리움과 추억이라고 하였다.

허준구의 유년 시절에 대하여 전해지는 내용은 별로 없다. 생존해 계시는 허준구의 동생 허승효의 경우 1944년생이고, 허승표는 1946년생, 막냇동생 허승조는 1950년생이다. 동생 세 분도 준구형과 2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많아 형의 유년시절은 알 수 없다고 하였다.

허준구가 다닌 1930년대 지수보통학교./지수면지/

군사훈련 받다 퇴학 조치로 일본 유학

1943년 귀향해 지수면사무소 서기로 근무

1945년 LG창업 원로인 구철회 장녀와 결혼

# 허준구의 고교시절과 유학

1936년 4월 지수보통학교를 졸업한 허준구는 진주고등보통학교에 합격하면서 지수를 떠나 진주에서 생활을 하였다.

허준구는 진주고보 3학년 재학 중 군사훈련 시간 탄창을 잃어버렸는데, 일본인 교사가 이 문제를 아주 중대한 사건으로 처리하여 허준구를 진주고보에서 퇴학 조치를 하였다. 실의에 가득 찬 허준구에게 아버지 허만정은 더 큰 도시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도록 유학을 권하였다.

허준구는 1939년 일본 도쿄로 가서 관동중학교에 편입을 하였다. 1941년 일본의 명문 주오(中央)대학 전문부 법학과에 진학을 하였다. 허준구의 대학 생활은 신이 났고 힘이 넘쳤다. 이때 둘째 형 허학구도 일본 메이지(明治)대학 경제학과(1941~1942년 재학)에 다니고 있어 형과 함께 도쿄 수락장 아파트에서 생활하였다.

이 시기의 국제정세는 날로 심각해졌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후 미국과 교전 중 초반의 우세가 지속되지 못하고 불리한 전세가 되었다. 1943년 10월 5일 일본 시모노세키항에서 부산으로 운항하던 관부연락선 ‘곤론마루호’가 한일해협 한가운데에서 미군의 어뢰를 맞고 격침되었다. 승객과 승무원 등 655명 탑승객 중 583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다.

이 침몰 사건이 발생하고 난 후 곧 미군의 일본 본토 공격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하였다. 많은 유학생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라, 허준구도 1943년 대학에서 학업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귀향을 하였다.

허준구 회장은 너그러움과 후함, 어질고 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관후인덕(寬厚仁德)의 표본이었다./허준구 화보집/

# 지수면사무소에 근무한 허준구

허준구는 일본 유학 도중 고향 승산리로 돌아왔다. 일제강점기 사회의 분위기가 안정적인 일을 하기에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명문 학교인 진주고등학교와 일본 유학, 대학 중퇴 등 수재로 소문난 허준구의 첫 사회생활은 본인이 태어난 지수면사무소였다.

1943년부터 1944년까지 지수면사무소 호적계 서기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고향 면사무소에서 일을 하던 허준구도 1945년 5월이 되자 이웃집 구철회의 장녀 구위숙과 결혼을 하였다. 구위숙 여사는 진주여자고등학교를 다녔다. 이때 함께 공부하고 여고 시절의 추억을 나눈 분이 토지의 작가 박경리로 알려져 있다. 허준구는 신혼집을 부산 서대신동 집에 차렸다.

구철회는 구인회의 첫째 동생으로, 구인회는 허준구의 처 큰아버지이다.

허준구의 장인 구철회는 형 구인회가 진주에서 포목점을 개설할 때 자본금 1800원을 투자하여 함께 사업을 시작하였던 분이다. LG그룹 창업 원로로, 1969년 락희그룹 초대 회장 구인회가 작고하자 1970년 구인회의 장남 구자경에게 회장 자리를 맡도록 하고 일선에서 물러난, 재계에 큰 족적을 남긴 경제인이다. 지금의 LIG그룹 원조 설립자이기도 하다.

이래호 (구인회 LG그룹 회장, 기록 저자)

이래호 (구인회 LG그룹 회장, 기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