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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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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ON- 여기 어때] 국내 최대 주류박물관 창원 ‘굿데이 뮤지엄’

‘주류 세상’ 눈으로 한잔 ‘주향 마산’ 추억도 한잔

  • 기사입력 : 2023-08-24 21: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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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주가들에게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도시를 묻는다면 맥주의 나라 독일, 와인의 나라 프랑스 정도가 뻔한 대답일 테다. 이들에게 굳이 바다 건너 해외로 가지 않아도 전 세계 이름난 술들을 눈으로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하면 눈이 휘둥그레져 어디냐고 묻는다. 창원에 본사를 둔 향토 주류기업 ㈜무학이 설립한 국내 최대 규모의 주류박물관, 바로 ‘굿데이뮤지엄’이다. 술을 다루는 박물관이라니 왠지 낯설지만, 2015년 개관해 지역민들에겐 소주만큼이나 익숙한 공간이다. 늘상 접하는 비슷한 술이 지겹다면 여기에 가보자. 듣도 보도 못한 특이한 술들이 주적(酒的)호기심을 채워줄 것이다.

    창원 마산회원구 무학 창원1공장 옆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 주류 박물관 ‘굿데이뮤지엄‘.
    창원 마산회원구 무학 창원1공장 옆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 주류 박물관 ‘굿데이뮤지엄‘.
    ‘굿데이뮤지엄‘에 각종 술이 전시돼 있다.
    ‘굿데이뮤지엄‘에 각종 술이 전시돼 있다.


    향토기업 ㈜무학, 2015년 개관
    세계 120개국 3400여종 술 전시
    나라별 독특한 음주문화도 소개


    ◇국내 최대 규모 주류박물관…세계 120개국 3400여종 술 전시

    창원 마산회원구 봉암공단에 있는 무학 창원1공장 옆에 자리한 굿데이뮤지엄. 애주가라면 들어서자마자 떡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하리라. 무려 120여개 나라의 술 3400여종의 실물을 각 술의 특징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술에 얽힌 재미난 얘기와 나라별 음주문화도 산업관광해설사의 안내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술이 벽면 가득히 채워져 있는 풍경, 애주가들의 로망을 잠시나마 펼쳐보는 꿈의 공간이다.

    전 세계 술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전시는 술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최초로 술을 빚은 이가 사람이 아닌 원숭이라는 얘기가 놀랍다. 원숭이가 나무의 갈라진 틈이나 바위의 움푹 팬 곳에 저장해둔 과실이 우연히 발효된 것을 인간이 먹어보고 반해 계속 만들어 먹었다는 설이다.


    96도 제일 독한 폴란드 ‘스피리터스’
    뿌려 마시는 이탈리아 ‘알렉산더’
    뱀 통째로 넣은 북한 ‘불로술’ 눈길


    ◇30도짜리 옛 한국소주·뱀 넣은 북한술 눈길

    누가 처음 만들었든 뭣이 중할까. 그저 맛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해설사를 따라 세계술 테마관을 둘러본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비교적 익숙한 술을 접할 수 있는 아시아관을 비롯해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등 대륙별로 나눠 유명한 술부터 생소한 술까지 자세히 전시하고 소개한다.

    중식당에서 이따금 한 잔씩 기울이는 고량주는 휘황찬란한 중국 술병들 사이에서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점잖은 외관의 일본 사케들 가운데 평소 자주 사 마시는 맥주들이 보여 반갑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술은 뭐니 뭐니 해도 소주. 무학, 경월, 진로 등 투박한 한자 이름이 붙은 옛 소주들이 보인다. 1960년대만 해도 알코올 함량이 30도였던 한국의 소주는 16.9도까지 내려갔다가 이제 16도 순한 소주도 나오고 있다. 소주는 세계 6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나란히 전시된 북한 술 가운데 뱀을 통째로 넣은 불로술이 눈에 띈다. 플라스틱 뱀을 넣은 짝퉁이 유통되기도 한단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건배주로 썼던 백두산들쭉술도 있다. 북한의 소주는 25도가 기본인데, 독한 술을 즐기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굿데이 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러시안 스탠다드 보드카./창원시/
    ‘굿데이 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러시안 스탠다드 보드카./창원시/
    ‘굿데이 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루이13세./창원시/
    ‘굿데이 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루이13세./창원시/
    ‘굿데이 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북한 백두산들쭉술./창원시/
    ‘굿데이 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북한 백두산들쭉술./창원시/

    ◇‘알코올 96도’ 세계 제일 독한 술

    유럽관에서 와인과 양주 얘기를 빠뜨릴 수 없다. ‘마시는 황금’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샤토 디켐은 포도나무 한 그루당 한 잔의 와인만 생산할 정도로 귀한 몸이다. 세계에서 가장 독한 술은 폴란드의 스피리터스. 무려 96도나 된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소독용 알코올보다 함량이 높으니 위스키라기보다 원재료에 가깝다. 실제로 마셔본 이에 따르면 식도가 타들어 가는 고통에 “이러다 죽겠구나” 싶단다.

    향수처럼 칙칙 뿌려서 마시는 이탈리아의 알렉산더, 면세가격이 500만원을 호가하는 ‘코냑의 황제’ 루이13세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술은 물론 조니워커, 발렌타인, 글렌피딕 등 잘 알려진 영국산 위스키들이 눈에 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에 마셨던 시바스리갈도 있다. 아프리카 전통주 아마룰라는 ‘코끼리 나무’라 불리는 마눌라 열매로 만든 술이다. 남아프리카 초원에서는 땅에 떨어져 자연 발효된 이 열매를 먹고 거나하게 취한 코끼리들이 더 먹으려고 나무를 마구 흔드는 기막힌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사람으로 치면 “술 빨리 더 줘”와 같은 술주정인 셈이다.

    나라별 독특한 음주문화도 재미있다. 해설사는 “술 마시고 운전대 잡으려는 분들, 터키로 보내면 버릇 고칠 수 있다”며 “터키에서는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면 운전자를 집에서 30㎞ 이상 떨어진 곳에 내려놓고 걸어서 귀가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굿데이 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벌떡주./창원시/
    ‘굿데이 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벌떡주./창원시/
    ‘굿데이 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알렉산더./창원시/
    ‘굿데이 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알렉산더./창원시/
    굿데이 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일본맥주./창원시/
    ‘굿데이 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일본맥주./창원시/


    1970년대 주향 마산 모습 재현전시관
    찌그러진 주전자에 놓인 옛 술상 등
    중장년층엔 추억·젊은이에겐 흥미

    술 박물관이지만 나이 제한 없어
    해설사와 함께하면 재미 ‘두 배’
    관람 후 소주 제조 공정도 한눈에


    ◇1970년대 ‘주향 마산(酒鄕馬山)’ 재현…소주 제조 공정도 한눈에

    1970년대 주향 마산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재현전시관으로 들어서며 해설사가 던지는 질문이다. 창원, 엄밀히 말해 옛 마산 지역은 비옥한 평야와 온화한 기후로 개항 이후 청주 생산량 1위를 차지하며 술의 도시로 알려졌다. 지금은 1929년 소화주류공업사에서 출발한 향토 주류기업 ㈜무학이 주향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재현전시관의 대폿집과 양조장, 무학상회, 그리고 찌그러진 양은주전자가 놓인 옛 술상은 중장년층에게 추억을 곱씹게 하고, 젊은이들에게는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1970년대 ‘주향 마산’의 대폿집, 양조장, 무학상회 등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재현전시관.
    1970년대 ‘주향 마산’의 대폿집, 양조장, 무학상회 등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재현전시관.
    1970년대 ‘주향 마산’의 대폿집, 양조장, 무학상회 등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재현전시관.
    1970년대 ‘주향 마산’의 대폿집, 양조장, 무학상회 등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재현전시관.

    전시관 관람이 끝나면 소주 제조 공정을 견학한다. 초록색의 소주병들이 ‘쨍’하는 소리를 내며 일제히 컨베이어벨트 위로 움직이는 광경이 신기하기만 하다. 생산동에서는 소주 공병이 세 번의 철저한 세척 후 검사, 소주 주입, 캡핑, 완제품 검사를 거쳐 우리가 잘 아는 ‘좋은데이’ 스티커를 붙여 나가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에선 1분에 1000병, 시간당 6만 병 이상의 소주가 생산된다.

    무학은 1966년 소주 생산 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참기름을 소주병에 담아 보관하는 집이 많은데요. 아무리 씻어도 소주병으로 재활용이 어려우므로 ‘잡병’에 분리배출 해주시길 바랍니다.” 성현진 창원시 산업관광해설사가 전하는 생활의 지혜다.

    술을 다루는 박물관이지만 나이 제한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자유 관람도 가능하지만 이왕이면 해설사와 함께하길 추천한다. 해설을 곁들인 견학 신청은 굿데이뮤지엄 누리집에서 하면 된다. 견학 가능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4시. 전시관과 생산동을 모두 둘러보는 데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김정민 기자 jm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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