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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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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특집] 도내 유학생들의 추석나기

그리운 가족의 정, 따뜻한 한국의 정으로 느껴요

  • 기사입력 : 2023-09-26 2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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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님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타국으로 넘어온 외국인 유학생에게 명절은 더 큰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고향을 찾는 유학생도 있지만, 저마다의 사정으로 한국에서 명절을 맞는 이들도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을 찾은 다양한 나라의 유학생들을 만나 명절과 타향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주홍치(왼쪽·경남대·중국), 웨이원졔(경남대·중국)= “중국 친구들과 함께 고향 전통 음식을 만들어 먹을 거예요.” 명절 때 중국인 유학생들은 같이 모여 그리운 고향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경남대학교 경제금융학과에 다니는 중국 출신 주홍치(23)씨는 연휴가 길어 부산 여행도 계획 중이다.

    명절은 푹 쉴 수 있어 좋지만, 유학생들에게는 불편한 것도 많다. 주홍치씨는 “한국에서 처음 맞은 명절은 많이 불편했다”며 “명절 때 식당 문을 많이 닫아 크게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두 유학생은 많은 불편 속에서도 학교의 도움을 받아 경남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같은 학교 문화콘텐츠학과 3학년인 웨이원졔(22)씨는 “가족도 많이 보고 싶고, 고향 음식도 그리워서 유학 생활이 처음에는 힘들었다”며 “다행히 국제처 선생님들과 타 국가 유학생들이 많이 도와줘 잘 적응하고 있다. 경남은 환경과 사람들이 너무 좋아 유학이 끝나도 많이 그리울 것”이라고 했다.


    ◇부 딩카이(창원대·베트남)= “알바도 하고, 과제도 해야 하고… 생각보다 명절 때 할 일이 많네요! 하하.”

    베트남 출신 유학생인 부 딩카이(창원대 경영학과 2학년·21)씨는 추석 때 밀린 과제와 알바를 하고, 친구들과 서울과 부산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부 딩카이씨의 꿈은 베트남 호찌민에서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 식당을 차리는 것이다. 그는 “고향에서 반미 식당을 경영해 보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 한국의 경영학에 대해 배우고 싶어 창원대에 진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학비를 벌기 위해 각종 알바를 하며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어도 잘 못했는데 학비를 벌어야 하니 밭일, 고깃집 알바를 하며 정말 바쁘게 살았어요. 날씨도 베트남보다 추웠으니 더 힘들고 고향이 많이 그리웠죠.”

    그가 명절 때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어머니’이다. 부 딩카이씨는 “고향 음식, 친구 다 그립지만 어머니가 가장 보고 싶다”며 “저번 여름방학 때 고향에 다녀왔지만 벌써 보고 싶다.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잘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야마자키 하루나(창원대·일본)= “한국에서 맞이하는 첫 명절이라 더 설렙니다.” 일본 출신 유학생 야마자키 하루나(창원대 사회학과·20)씨는 이번 추석 연휴 동안 마산에 있는 대학 친구 집에 머물며 한국 전통 음식을 직접 만들 계획이다. 그는 “한국인 친구가 추석 때 같이 집에서 전통 음식을 만들자고 초대해 직접 전도 굽고 할 계획이라 기대가 된다”며 “마산 관광지도 돌아볼 계획이다. 또 친구들과 경주 여행도 가기로 해서 추석 동안 바쁘게 놀 것 같다”고 말했다. 재밌는 명절을 보낼 계획이지만, 그가 특히 그리운 것은 일본 음식 ‘스시(초밥)’다. 한국의 스시는 일본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 사 먹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생 때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앞으로 야마자키 하루나씨는 대학 졸업 후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게 꿈이다. 그는 “고등학교 때 한국 여행을 다녀오고 한국 유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창원대에서 한국어와 전공을 열심히 공부해 한국과 관련된 직업을 찾는 게 꿈이다. 한일 관계가 좋아지고 있으니, 앞으로 서로 교류가 더 많아질 것 같다”고 했다.


    ◇부 시흐엉(오른쪽·마산대·베트남)·부 시하안(마산대·베트남) 자매= 부 시흐엉(31)씨는 호남대학교 한국어학과를 졸업한 뒤 2020년부터 마산대학교 국제교류원 교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부 시흐엉씨는 “원래는 한국어만 배우고 돌아가려 했지만, 사람들의 정 때문에 한국에 남기로 했다”며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명절만 되면 부모님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부 시흐엉씨가 느낀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동생 부 시하안(22)씨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2021년 마산대 간호학과에 진학한 부 시하안씨는 현재 언니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주변 친구들이 가족과 연휴 계획을 잡는 걸 보면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며 “특히 추석 때 부모님과 반쭝투(추석빵)를 먹고, 등불을 만들어서 거리를 돌아다녔던 게 기억에 남는다. 가족이랑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슬프기도 하지만, 언니와 함께 있어서 괜찮다”고 말했다.

    이들 두 자매는 각자 밀린 일과 과제를 하며, 올해 추석을 한국에서 보낼 계획이다. 이들은 “작년에도 기숙사 조리실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올해도 똑같을 것 같다”며 “다만 이번 추석에는 기숙사에 남아 있는 친구들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게임을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나란바타르 홍고르졸(창신대·몽골)= 홍고르졸(23)씨는 몽골 국립행정대학교 1학년 과정을 마치고 2019년 창신대학교 소방방재공학과 교환학생으로 와 5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 올 추석 연휴에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몽골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집에서 쉴 계획이다.

    그는 “평소에는 다 모이기가 쉽지 않은데, 추석 연휴에는 만날 기회가 생겨서 좋은 것 같다”며 “주로 몽골 친구들과 전통 음식인 호쇼르(군만두)와 보쯔(찐만두)를 먹으면서 그리움을 달랜다”고 말했다.

    지난 명절 연휴에도 주로 몽골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친구들은 보통 가족이랑 보내거나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러 가기 때문에 학교에 없다”며 “작년에는 몽골 친구들과 부산에 바다 보러 갔고, 재작년에는 몽골 교수님 집에 초대받아 몽골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고 말했다.

    몽골에도 추석과 비슷한 시기에 ‘나담’ 축제가 열린다고 소개했다. 그는 “나담은 몽골 최대의 민속 축제로 매년 7월에 열린다”며 “나담 축제에서는 말타기와 씨름, 활쏘기를 하고 호쇼르를 먹는다”고 했다.


    ◇이샤니 위만다(창신대·스리랑카)= 이샤니(33)씨는 사회복지학을 배우기 위해 지난 3월 한국에 와 창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올 추석 연휴는 한국인 친구 집에서 함께 한국 음식을 만들고 문화체험을 할 계획이다.

    그는 “같이 공부하는 한국인 친구가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며 “좋아할진 모르겠지만 키리바트를 만들어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키리바트는 쌀에 우유를 넣어 지은 밥과 매운 향신료를 곁들여 먹는 스리랑카 전통 음식이다.

    올해 첫 명절을 한국에서 보내게 된 그는 스리랑카와 비슷한 명절 문화에 놀랐다고 한다. 스리랑카의 가장 큰 명절인 ‘아루뜨 아우룻따’는 매년 4월 다가오며 한국의 설날과 비슷하다.

    그는 “스리랑카에서도 명절에는 대가족이 모여서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고 선물도 주고받는다”며 “추석이 다가오니 고향이 더 많이 그리워진다”고 말했다. 스리랑카로 돌아가면 사회복지사 꿈을 펼치고 싶다는 그는 “한국 명절 문화를 체험할 생각에 이번 연휴가 너무 기대된다”고 웃어 보였다.

    박준혁·김영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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