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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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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업화 상징 ‘한일합섬’ 여성들을 기억하다

‘경남여성아카이빙: 한일합섬, 일하고 공부하고 꿈꾼다’전

  • 기사입력 : 2023-11-21 08: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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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 동남아트센터서 26일까지 수기·기록물 등 전시
    한일여고 졸업생·공모전 당선자 토크콘서트 열려

    1970년대 경남지역 산업화의 상징인 ‘한일합섬’과 ‘한일여고’에 다니던 여성들의 삶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경남여성아카이빙: 한일합섬, 일하고 공부하고 꿈꾼다’전이 창원 동남아트센터 2층 라운지에서 열리고 있다.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가난이 싫고 산골도 싫었다. 딸 부잣집 셋째 딸이라 서러움도 많았다. 그곳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다고 들었다. 같은 날 철새 떼가 먹이 찾아 몰려오듯 1000명이 넘는 또래 아이들이 전국 각 지역에서 몰려왔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지난 5월 진행한 ‘한일합섬 기억과 기록 수집 공모전’의 대상작인 박미자씨의 글(난쟁이의 꿈)이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경남여성아카이빙: 한일합섬, 일하고 공부하고 꿈꾼다’ 전시회 모습./김용락 기자/
    ‘경남여성아카이빙: 한일합섬, 일하고 공부하고 꿈꾼다’ 전시회 모습./김용락 기자/

    경남여성가족재단이 주최한 전시는 해당 공모전을 통해 수집한 8편의 수기와 157점의 기록물, 한일합섬 사보 등이 전시돼 있다. 전시는 크게 ‘한일합섬과 일하고’, ‘한일여고와 공부하고’, ‘함께 꿈꾸다’ 3가지 구성으로 짜여졌다.

    지난 15일 전시 개막식과 함께 공모전 수상자와 구술참여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토크콘서트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가 센터 중앙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공모전 대상을 받은 박미자(한일여고 졸업생)씨와 함께 안경매(한일여고 졸업생)씨, 천은미(한일여고 졸업생)씨, 윤은주(공모전 우수상)씨 그리고 김민경·홍은채(한일여고 재학생)양이 참가했다.

    지난 15일 동남아트센터에서 ‘경남여성아카이빙’ 전시회의 일환으로 토크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지난 15일 동남아트센터에서 ‘경남여성아카이빙’ 전시회의 일환으로 토크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이날 박미자 씨는 “학창시절 읽은 소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속 난쟁이가 제 삶과 닮아 있다는 생각에서 수기를 썼다”며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이루지 못했던 꿈인 글쓰기를 늦은 나이에 쏘아올리기 시작했다. 하늘 높이 쏘아올리진 못하겠지만 노란 봄동의 속잎처럼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공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은주씨는 한일여고에 입학한 친구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친했던 친구와 고등학교에 가서 편지를 주고 받고 했다”며 “기숙사에 가서 면회 신청을 하면 친구를 볼 수 있었는데 직장 생활을 하니 당연히 얻어먹곤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너무 미안한 마음이 커서 훗날 친구 결혼식 때 엄청 울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안경매씨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한일합섬은 배움을 이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며 “3교대 근무와 공부를 병행하는 게 힘들긴 했지만 배우겠다는 의지로 졸음을 이겨내며 열심히 했던 그때가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다”고 소회를 말했다.

    ‘경남여성아카이빙: 한일합섬, 일하고 공부하고 꿈꾼다’ 전시회 모습.
    ‘경남여성아카이빙: 한일합섬, 일하고 공부하고 꿈꾼다’ 전시회 모습.

    천은미씨는 마산 산업화에 헌신한 일꾼이었던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전시회 개최에 감사함을 전했다. 천씨는 “그동안 마산 산업화에 힘썼던 우리들을 오히려 부끄럽게 여기는 상황이 속상했고 서운했다”며 “이번을 계기로 우리가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한 똑똑하고 영리한 소녀였다고 힘주어서 말하고 싶다. 우리는 열심히 살았다”고 호소했다.

    한일합섬은 부산에서 1967년 마산 양덕동으로 본사를 옮긴 종합섬유회사로 2만여명을 고용해 마산뿐 아니라 경남 산업화의 상징이 됐던 기업이다. 공부가 하고 싶다는 여성 노동자들의 요청에 1974년 한일실업여자고등학교를 설립했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경남여성가족재단은 한일합섬 생애구술 참여자들의 구술책을 연말 발간할 예정이다.

    글·사진= 김용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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