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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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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미술관 올해 마지막 기획전 ‘무수히 안녕’

의례·예술 넘나드는 ‘염원의 세계’

  • 기사입력 : 2023-11-26 21: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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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외 작가 6명 맞이·회복·연결 주제 전시
    진해 최웅택 사기장·통영 조대용 염장 참여
    전통 계승한 웅천 찻사발·대발 작품 선보여


    ‘안녕(安寧)’은 가장 한국적이다. 누군가의 안녕을 비는 마음은 제례로, 토템으로 수십 세기에 걸쳐 전통이 되기도 한다. 물질과 비물질을 가리지 않고 이어져 온 안녕을 향한 염원은 한국의 정신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낸 ‘안녕’= 지난 24일 개막한 경남도립미술관의 2023년 마지막 기획전 ‘무수히 안녕’은 인간이 품은 염원의 세계를 회화, 영상, 설치, 사진 등 미술과 경남의 전통 공예를 통해 선보인다.

    전시는 염원을 둘러싼 한국의 역사·사회·문화적 양상을 새롭게 주목한다. 다양한 의식과 의례를 현세와 내세, 애도와 놀이, 점복과 치유, 의례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동의 상상적 자원’으로 삼고, 우리에게 잠재된 한국적 ‘얽힘’의 감각을 탐구한다. 국내외를 무대로 활동하는 6명의 미술 작가와 2명의 경남 장인이 참여했다.

    전시는 ‘맞이’, ‘회복’, ‘연결’ 3개 주제로 나눠 구성됐다. ‘안녕을 구하는 모든 존재들은 맞이’하는 1관 ‘맞이’에서는 조현택, 신지선, 김상돈 작가의 사진, 영상, 설치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들은 마을 축제로 기능하는 전통 제례부터 상품과 결합된 토템들, 맹인들의 독경이 울려 퍼지는 공간에 소환된 경남의 동학 농민군까지 역사와 오늘, 동양과 서양, 성과 속, 현세와 내세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김상돈 作 ‘밤을 보낸 알’
    김상돈 作 ‘밤을 보낸 알’

    2관 ‘회복’에서는 서윤희, 홍이현숙 작가의 영상, 회화 작품을 통해 영적 세계로 인도하는 작품들 사이를 유영하며 우리는 몸과 기억에 내재된 믿음의 정신과 감각을 회복한다. 안녕을 향한 염원이 과거와 현재, 개인과 공동체로 이어지는 현상을 덧붙인 3관 ‘연결’에서는 전통을 지켜온 경남 장인을 통해 오랜 염원을 오늘에 포개고, 제주도 출생의 제인 진 카이젠의 영상 작품으로 잊혀 가는 집단적 믿음의 기억과 정신을 되살린다.

    홍이현숙 作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홍이현숙 作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제인 진 카이젠 作 ‘이별의 공동체’
    제인 진 카이젠 作 ‘이별의 공동체’

    ◇경남 장인들의 염원= 이번 전시에 진해에서 활동하는 최웅택 사기장과 통영에서 발을 만드는 조대용 염장이 전시에 참여한다.

    최 사기장은 웅천 가마터에서 선조들의 전통을 연구하며 웅천 찻사발을 재현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웅천 찻사발을 재현한 작품 5점과, 500년 전 선조가 만들어 낸 웅천 찻사발 5점, 웅천 가마터에서 발굴해 낸 도편작품 100여 점을 선보였다. 웅천 찻사발은 장인들이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가며 명맥이 끊겼으나 40년 전, 최 사기장이 정신적 후예로 자처하며 대를 잇고 있다. 웅천 찻사발은 다른 기교와 장식 없이 무심하게 빚어내 최 사기장은 이를 ‘조선의 부뚜막 느낌’의 특징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최 사기장의 염원은 선조들이 잊히지 않는 것이다. 그는 매년 11월 ‘웅천 선조 도공 추모제’를 지내며 선조들을 향한 존경과 애도를 표현하고 있다.

    최웅택 作 ‘웅천 찻사발’.
    최웅택 作 ‘웅천 찻사발’.

    조대용 염장은 국가 무형문화재 염장 기능 보유자다. 통영에서 태어나 증조부 때부터 시작해 4대째 대발을 제작하고 있다.

    궁중에서 사용하던 대발은 조선시대 중반부터 서민의 생활에도 사용되기 시작해 산 자와 죽은 자의 영역을 가시화하기도 하고, 남녀 사이의 대화나 혼례식에서 얼굴을 가리는 등 관계를 맺는 소통의 도구로도 사용됐다. 전통 발의 수요가 격감하는 현실 속에서 조대용 염장은 발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지켜왔으며 세종대왕과 효종대왕 영릉의 대발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 대발 4점을 선보였다. 조 염장의 염원은 전통의 계승이다. 그의 기술은 가족으로 계승되지만, 국내 염장이 소수로 남지 않은 상황에 먼 미래에도 전통의 계승이 이뤄지길 염원한다. 전시는 내년 2월 25일까지.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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