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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에세이] MZ 세대와의 대화- 임채주 시조시인(2017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 기사입력 : 2023-12-14 19:5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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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도 어김없이 내 전화기에는 문자들이 수두룩하다. 절반 이상이 스팸 문자이거나 보험 권유다. 어떤 날은 한 번도 울리지 않는 전화기. 내 전화기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걸까. 요즘은 집 전화기를 없애버리고 개인 전화기를 대부분 휴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울리지 않는 전화기에 이런 문자나 받으려고 값비싼 요금을 내고 사용하나 싶어 아리송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스팸 문자라고 하니 생각나는 사건이 하나 있다. 스팸 중에서도 가슴이 철렁하는 문자를 받는 경우가 있다. 평상시 아이들과 카톡으로 문자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 날 이런 문자가 왔다.

    “엄마, 내 전화기 고장이라 다른 사람 전화기로 연락하니 문자 주세요”라고. 지금 같으면 우스개로 엄포를 놓거나 웃어넘기겠지만 그 당시 어쩌지 싶은 마음에 확인 전화를 걸었다. 마침 받을 수 없다는 거부 문자. 분명 아이의 이름과 사진으로 카톡이 오니 답장을 안 보낼 수가 없었다. 주민번호를 달라는 둥 인증 번호를 달라는 둥 수상한 반응에 아차 싶어 다시 확인 전화를 해보면 그제야 받아주는 전화. 사정 이야기를 하고 나니 어떻게 스팸 문자에 속을 수 있는지 모르겠단다. 겨우 이어지는 대화 ‘다른 일은 없지요’, ‘별일 없어’. ‘아픈 곳은 없나요’, ‘응, 없어’ 짧은 대화를 하고 나면 할 말이 없어지고 만다.

    문자를 할 수 없었던 시절에는 긴 대화도 가능했는데 이렇게 할 말이 없어지다니. 사회 흐름과 함께 디지털의 발달은 대화하는 방식까지 바꾸게 됐다.

    요즘 세대들에게 통화는 두려움을 주는 대상이다. 텍스트에 익숙한 젊은 층에 유행하면서 전화로 대화하는 것에 공포증까지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에 나타난 것이 바로 ‘콜 포비아 현상’이다. 새롭게 생긴 신조어로 ‘Call’과 ‘Phobia’의 합성어이다. 일명 전화 공포증이라고도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성향을 갖고 있거나 말실수를 하여 비난을 받지 않을까, 통화 시간은 적절할까에 대한 부정적인 두려움을 가지는 경우 온다고 한다.

    낯선 사람이나 지인, 가족과의 대화에서도 불안감을 느낀다고 하니 무척이나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는 용어다. 대화를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전화기가 이렇게 마음의 문을 닫게 하니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 스팸도 이러한 사회적 문제점이 커지면서 생겨난 폐단이지 싶다. MZ 세대들은 카톡으로 대화를 하지 않는단다. 카톡은 부모와 대화할 때 사용하는 앱일 뿐. 그들만의 대화창은 SNS를 통해 팔로우를 하고 근황을 남기면 텍스트로 주고받으면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제 목소리가 듣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직 빠른 불안이지 않을까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현실이란 걸 깨달아야 할 때다. 서서히 변화에 적응하면서 살아가겠지만, 혼자라는 이 기분은 벌써 외로워지고 있다.

    임채주 시조시인(2017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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