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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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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현장인의 소리 한 토막- 윤덕화(고객만족경영 활동가)

  • 기사입력 : 2023-12-19 19: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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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회사의 사옥을 신축하는 곳에서 통신선 매설 작업을 하는 현장직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왔다. 급히 현장으로 달려가서 사정을 알아보니 통신선 매설 작업을 한 후 그것이 굳어지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일주일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회사는 개소식을 이틀 후에 진행하는 것으로 잡혀 있단다.

    어떤 사업을 시작할 때 제1 구비요건이 통신망 구축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도 간과한 탓에 어려운 사안이 발생한 것이다. 그 회사는 신축 청사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일반적인 전화 설치로 생각했던, 말하자면 이틀 정도면 통신망 구축은 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참으로 난감한 민원이었다. 기술 부서 현장직원은 고객의 요구대로 하면 통신망 장애가 발생할 것은 뻔한 일이니 안 된다고 하고, 고객은 통신망이 구축되지 않으면 개소식을 할 수 없다며 무조건 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참 동안이나 양쪽의 얘기를 들었지만 서로가 물러설 수 없는 처지에서 고성만 오갈 뿐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필자는 민원봉사실장 입장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잘 알겠습니다. 고객님이 원하시는 대로 2일 만에 통신망 설비작업을 하면 곧바로 통신망 장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공법대로 하면 7일이 소요되는데 2일로 단축해야 하니까요. 그 문제를 고객님 회사에서 승인하시면 저희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그런 사실 확인서를 써주십시오. 듣고 있던 현장직원은 실장님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큰소리로 말렸지만, 필자는 계속해서 사실 확인서를 써주시면 위에 보고하여 결과를 말씀드리겠다고 일관적으로 나갔다.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많은 시간이 흐른 후 고객은 회사에 그 사정을 그대로 보고한 후 현장 사실 확인서 대신 7일 공법을 따르기로 했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면 무조건 화가 나고 결코 수긍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던 경험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도처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도 있다는 낙관론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윤덕화(고객만족경영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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