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9일 (월)
전체메뉴

[경남시론] AI의 허와 실-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창원캠퍼스 교수)

  • 기사입력 : 2024-01-21 19:20:13
  •   

  • 우연한 기회로 6년여 전에 처음 쓰게 된 칼럼이 ‘4차 산업혁명의 실체는?’이었는데, 뚜렷한 실체 없이 정책 실현을 위한 어젠다를 부각하기 위한 용도일 뿐이라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모든 산업이 4차 산업혁명으로 녹아 들어갈 듯 요란하더니 지금은 언론보도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뒤이어 나온 스마트팩토리는 더 요란한 깡통이었다. 마치 모든 공장이 스마트팩토리화될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더니 어느 순간 게 눈 감추듯이 들어가 버렸다. 그렇다면 6년이 지난 지금은 무엇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일 것이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든 산업 분야에 AI를 붙이고, 대학의 학과마다 기존의 융합, 디지털, 스마트라는 머리글자를 떼고 AI를 붙이고 있다.

    1970년대에는 지금의 컴퓨터공학 정보통신공학 등을 모두 아우르는 원조 격인 학과가 있었다. 바로 전자계산학과이다. 태어나면서 컴퓨터와 함께 한 요즘 학생들에게 초기의 컴퓨터가 전자계산학과라는 이름처럼 단순히 인간의 부족한 산술 계산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

    사실 컴퓨터는 인간처럼 5 더하기 5를 학습을 통한 직관적인 추론으로 10이라는 답을 구하지 못한다. 5라는 숫자를 기계가 처리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전기적 스위치로 변환하여 주어진 규칙에 따라 ON(1) OFF(0)를 반복함으로써 인간의 계산 능력을 모방했을 뿐이다. 다만 인간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처리 속도가 빠르다. 초창기의 컴퓨터는 겨우 인간보다 몇천 배 빠른 정도였지만, 지금은 최소 수천만 배 이상 빠르다. 컴퓨터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순식간에 인간의 모든 계산 업무를 인계받았다. 뒤이어 산술 계산 능력에 다양한 응용 기술을 접목하여 그래픽과 사운드를 처리하게 됐고, 사무 업무에 이어 산업 현장까지 영역이 확장되었다. 여기에 AI까지 가세하면서 금방이라도 인간의 모든 기능을 컴퓨터가 넘어설 것처럼 과대 포장되고 있다. 모든 학생이 AI 관련 교과목을 들어야 하고, 모든 산업은 억지로라도 AI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어야 관심을 받는 상황이다.

    그러나 실상은 이렇다. 현재 AI 기술 수준을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Chap GPT로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초기의 컴퓨터가 인간의 산술 연산 능력을 모방한 것처럼, Chap GPT는 인간이 자료를 검색하고 분류하고 추론하는 과정을 모방한 것이다. 다만 컴퓨터의 특성상 인간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매우 빠르게 자동으로 처리하는 것이 전부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물론 앞으로도 AI 관련 기술이 지속해서 발전할 것이며, 일정 부분 우리 일상의 변화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 영향의 크기가 현재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술 정도에 지나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 결국 AI가 4차 산업혁명이나 스마트팩토리처럼 잠깐 떠들썩하다 사그라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수십 년간 우리나라 과학기술 개발 정책이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일시적인 유행성 관심 분야를 과대 포장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4~5년 만에 시들해지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한 정책 변화에 따라 대학의 학과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신설되었다가 사라지고, 관련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겼다가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천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국가적인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새로운 국회에서는 부디 이러한 악순환을 깨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국가 과학기술 개발 관련 정책들이 입안되어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 기술 강국으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갖추기 위한 기틀을 마련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창원캠퍼스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