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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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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옥영숙의 내돈내산 시인의 한끼] (2) 김해 장군차산들농원과 갈비명가

기茶는 만남 뒷豚의 맛남

  • 기사입력 : 2024-02-01 2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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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년 가야의 향기 머금은 장군차
    좋은 이와 함께 즐기니 그윽함 두 배

    서민들 출출한 배 채워주는 뒷고기
    고소한 맛에 손맛까지 더하니 일품


    김해는 금관가야의 도읍지로서 가야 2000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장군차가 있다. 역사상 최초의 국제혼인으로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혼례 때 가져온 봉차(奉茶)를 모태로,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신라 30년 법민왕이 가락 왕묘에 제향을 올리는 조칙에 제물로 ‘차’가 올라갔다는 기록이 있다.

    아시아 최대 축산물 도축장인 부경축산물공판장을 끼고 있는 김해 축산물도매시장은 전통시장으로 200개 남짓한 점포가 밀집해 축산물 시장 규모로도 전국에서 가장 크다. 정형 과정에서 번듯한 부위들에 비해 부산물로 남는 잡고기가 많은데, 흔히 먹는 고기와는 색다른 맛으로 이름난 뒷고기 집들은 대부분 김해시에 있다. 이렇듯 김해를 대표하는 장군차와 뒷고기 집을 찾아 갑진년을 값지게 살아내는 문우랑 식객으로 맛보기를 제대로 할 요량이다.



    ◇서민의 애한과 기쁨을 노래하는 남시인

    재래시장은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나 활기가 넘쳐서 좋다. 살아내기 위해 분주한 시장 상인과 재래시장을 찾는 살뜰한 사람들로 인해 생동감이 넘쳐난다. 김해 동상동 시장. 그곳에서 30년 남짓 채소 장사를 하는 문우를 만나 미식 산책을 하기로 한다.

    지난해 ‘어깨를 기대는 저녁’으로 이호우문학상을 받은 남승열 시인은 현재 김해문인협회 회원, 구지문학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그의 ‘즐거운 감옥’ 시집 속 ‘유산’엔 이런 시구가 나온다. “고시병으로 십수 년 애간장만 태우다가 처갓집 귀퉁이방 염치없이 따뱅이 틀고 맨주먹 채소장사로 용케 견딘 나날들 (중략) 트럭에 짐 가득 싣고 새벽강을 건너며 내게 주신 튼실한 몸과 따뜻한 마음씨를 생각하다 유산이 따로 없구나 이게 바로 큰 유산” 그는 서울에서 고시 공부를 접고 김해에서 ‘깨치는 숲’ 명상센터를 운영할 때 만났던 문우다.

    이호우문학상 시상식 초대장을 살펴보면 수상소감 끝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어머니 이제 저 때문에 울지 마세요. 出世보다 더 높은 게 시인이랍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이 부분에서 울컥해졌다. 연로하신 어머닌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었지만, 수상 시집을 어머니 눈에 잘 띄는 머리맡에 두고 왔다는 시인이다.

    새벽녘 경매시장에서 받아온 채소 배달을 끝내고 잠시 짧은 휴식 시간에도 책을 놓지 않는 시인은 현실의 좌절 속에서도 독서로 위안받고 자신을 치유한다. 동상동 시장에서 삼십 년 남짓 채소를 팔면서 시장 골목을 번잡하게 하는 싸움 한번 하지 않았으니 그의 삶은 수도자 같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겸손하고 따뜻한 그는 사회에 미치는 순기능, 선한 영향력으로 세상에 스며든다. 일상에서 수도자처럼 서사와 서정으로 진심이 통하는 수평관계를 유지한다. 그가 추천한 오늘 메뉴는 김해 장군차라며 카페산들농원으로 가잔다.

    ◇장군처럼 멋지고 찔레향이 깊은 장군차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제비처럼 지지배배 종알거리며 장군차산들농원 카페 나들이를 한다. 내비를 찍으니 김해 대동면 산해정길 189이란다. 산해정이라면 남명 조식이 정각을 세워 산해정이라 이름 짓고 30년 동안 후학을 가르친 곳이다. 인품이 뛰어나 여러 차례 벼슬길에 나올 것을 권유받았으나 끝내 거절하고 오직 학문 연구와 후진 교육에만 힘썼던 조식의 산해정을 지나 장군차카페를 간다.

    장군차산들농원은 비포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포장도로도 아닌 울퉁불퉁 좁고 험한 길이다. 흔히 녹차 하면 하동이나 보성 제주도를 연상하지만, 그곳까지 가지 않아도 근교 김해에 녹차밭이 있다. 장군이란 말은 무협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군대에서 최상위 계급의 장교들을 일컫는 말이니 차 중에 최고란 말인가 속엣말을 해본다.

    김해 장군차산들농원에 있는 녹차밭.
    김해 장군차산들농원에 있는 녹차밭.

    장군차카페는 굽이굽이 낯선 길에 귀한 것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보물찾기하듯 숨어 있다. 세 번의 도로 확장이 있었다지만 여전히 험난한 산길에 외따로 서 있는 건물, 빨간색 돋움체가 옥상 건물에 ‘장군차’로 위풍당당하다.

    카페를 열고 들어서자 손님이 없다. 나는 말차라떼와 화과자를, 남 시인은 장군차를 주문하고 그 틈에 겨울 녹차밭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어본다.

    김해 장군차라는 명칭은 고려 충렬왕이 대마도 정벌을 위해 김해 금강사에 주둔하고 있는 군사들을 사열하기 위해 김해에 들렀다가 자생하고 있는 산차나무의 차 맛을 보고 차 중에 으뜸이라며 ‘장군(將軍)’이라는 칭호를 내렸다고 한다. 찻잎이 크고 두껍고 늠름해서 장군답기도 하다.

    장군차 서식지는 가야시대 차나무 재배지로 옛 다전동(茶田洞, 차밭골) 일대인 동상동, 대성동 일원의 분성산 기슭에서 자생하고 있어 한국 녹차의 시원과 역사를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다.

    장군차와 유기농 말차라떼.
    장군차와 유기농 말차라떼.

    하동의 중국 북방계, 보성의 일본계통의 중엽류 품종과 달리 남방계통의 대엽류에 속하는 장군차는 차의 주성분인 카테킨을 비롯해 비타민, 무기성분이 월등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통차로 11년 연속 올해의 명차로 선정되었다. 들찔레 향기 같은 상큼한 차향으로 장군차는 마시고 난 뒤의 입안 그윽하게 느껴지는 특유의 달콤한 감칠맛으로 소비자들에게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선진화된 제다 기술로 가공된 명차, 장군차는 열탕인 100℃로 우려도 되고 풍미를 더욱 깊게 느끼게 하는 장군차산들농원 농업회사법인에서는 첫물차만 사용한다. 녹차는 잎과 품질에 따라, 제조 시기에 따라, 발효 정도에 따라 분류가 되고, 차의 양이 많으면 우리는 시간을 짧게 하고 우리는 시간을 단축하고자 할 때는 차의 양을 늘린다. 또한 차의 양, 물의 종류와 온도, 우려지는 시간에 따라 찻물의 풍미가 다르므로 기호에 맞게 우려 마시면 된다.

    장군차카페의 유기농 말차라떼.
    장군차카페의 유기농 말차라떼.

    남 시인의 장군차는 1인 다기에 수제 양갱 다식과 모래시계가 얹혀 나온 차림이다. 나는 눈이 즐겁고 예쁜 화과자랑 말차라떼로 깊은 풍미를 제공받았다. 천연원료로 색을 내고 맛을 낸 다식과 장군차를 우리는데 연한 황금색이다. 떫은맛도 없고 더없이 깔끔하고 입 안 가득 한번 머물고 가는 차 맛이 참 좋다며 깊고 은은한 맛을 강조하는 남 시인. 차 맛을 보라며 건네는 장군차와 나와의 첫 만남은 부드럽고 넉넉하다. 차향이 여유를 갖고 한번 머물고 가는 것이 좋다는 문우와 차를 마시며 담소하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겨울 해는 서산으로 종종걸음으로 지나가고 우리는 차향으로 가슴 한편에 겹겹으로 채워지는 봄기운으로 잔잔하게 스며들었다. 이제 이른 저녁밥 먹으러 간다.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에게 고기는 진리다. 갈비 명가를 향해 금관대로1180번길을 간다.

    ◇뒷고기의 쫄깃한 유래와 맛있는 뒷담화

    직장 동료들과 회식하거나 가족들과 외식하거나 친구나 연인들이 즐겨 먹는 삼겹살, 돼지갈비는 한국인 대부분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퇴근길 출출한 배를 채우는 삼겹살이나 뒷고기는 삶의 원동력이다.

    갈비명가는 김해 총각을 만나 전북 익산에서 시집온 익산댁 진민경님이 하는 고깃집이다. 엄마로부터 내림받은 전라도 손맛은 집안에서 감춰두긴 아깝다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 때문에 시작한 식당이다. 남편의 선후배나 친척들이 집에 오면 차려놓는 밥상에서 익산댁 손맛을 알고 공유하고 싶어서 난리였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밥집이 28년째란다. 200평 남짓한 큰 식당도 운영해봤지만, 지금은 소박하고 정겨운 골목으로 찾아들었다. 지나가다 부담 없이 들러서 커피 한잔 마시고, 텃밭에서 가꾼 푸성귀를 걸어 놓고 가는 이웃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혼밥, 혼술을 해도 괜찮은 집, 일용직 노동자 하루치의 일당에서 가볍게 노동의 땀방울을 닦아 주는 뒷고기집이다. 뜨겁게 활활 타는 숯불판 위에 놓인 고기는. 땀과 먼지로 덮인 씻을 수 없는 고단함을 맑은 술로 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흙먼지 묻은 작업화를 벗지 않아도 되고 삼삼오오 작업복 차림으로 거리낌 없이 앉을 수 있는 식당이다. 그런 신성한 노동을 높이 사는 정겨운 주인이 있어 더 좋은 고깃집이다.

    특유의 쫄깃함으로 사랑받는 뒷고기.
    특유의 쫄깃함으로 사랑받는 뒷고기.

    진민경님은 일주일 2~3번 주촌 축산물도매시장공판장에서 고기를 구매한다. 가장 자신 있는 것이 뒷고기 손질과 갈비라고 한다.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두꺼운 뒷고기도 28년 세월의 숙련된 손질로 생고기를 예쁘고 반듯하게 접시에 담아낸다. 또한 양념 갈비는 일단 어렵기 때문에 쉽다고 한다. 손질도 어렵고 양념도 어렵고 숙성 또한 쉽지 않다. 그 모든 과정을 거쳐서 완성되는 갈비는 적거나 많은 양도 양념이 가능하고 그렇기에 쉽다고 한다.

    뒷고기는 도축장에서 다리, 등심, 갈비, 등으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별도의 부위로 분류되지 못한 자투리 고기, 이러한 잡고기들을 뒷고기라 한다. 흔히 제시되는 가설로 상품성이 없어 팔지 못하고 빼놓았던 것이 뒷고기가 되었다는 설과, 돈이 없는 손님들이 잡육을 뒷문으로 사 갔기 때문에 뒷고기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달궈진 숯불에 뒷고기를 굽는다. 둘러보는 메뉴판에 뒷고기(국내산) 1인분 120g이 6000원이다. 양념갈비(칠레산) 1인분 180g에 1만원이다. 이렇게 푸짐한 양에 맛까지 더한다면 가성비 최고다. 뒷고기로 시작해서 갈비에 된장찌개로 마무리하자고 주문한다. 상추에 고기 얹고 마늘 풋고추 쌈을 싸서 볼이 미어터지게 먹는 맛도 있지만 고기 그 자체 뒷고기로 승부를 걸자. 숯불에 구워진 뒷고기는 쫄깃쫄깃하고 특유의 깊은 맛이 젓가락질을 바쁘게 하였다.

    불판을 바꾸고 갈비를 올린다. 우선 돼지갈비 때깔이 참 좋다. 짙은 양념이 아닌 고기의 선도를 느낄 수 있는, 양념이 짙으면 어떤 육질인지 고기보다 양념 맛으로 먹게 된다.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푸짐한 갈비는 적당한 온도로 구워야 맛있는데 달짝지근한 과하지 않은 맛이 참 좋다. 불 조절을 잘해서 육즙이 너무 마르지 않게 겉은 바싹하고 속은 촉촉하게 겉바속촉이다. 뒷고기에 숯불갈비에 헛헛하던 배 속이 충만해져 간다. 숯불의 열기보다 사람에 취해 더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이다.

    서민의 애환과 기쁨을 잔잔하게 노래하고 햇살에 팔랑이는 잎의 현란한 수사보다 눈물을 머금은 뿌리 쪽으로 몸과 맘이 닿는다는 남 시인. 고시 공부할 때도 법전을 밀쳐놓고 시집을 읽었다는 시인이기에 마음속에 맺힌 응어리나 슬픔을 흩어지게 하는 시의 힘을 믿는다. 더욱 마음을 깨끗하게 닦는 시인이 되자는 다짐을 한 우리의 값진 한 끼였다.

    옥영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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