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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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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사량도愛 다시, 봄- 이장원(쌀롱드피랑 대표·지역문화활동가)

  • 기사입력 : 2024-02-12 19: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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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량도’ 그 이름도 참 정겨워서 처음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도’냐고 되묻는 아름다운 섬이다. 필자가 이 ‘사량섬’으로 출근한 지도 어느새 4개월이 되어 간다. 사실 생전 처음 해보는 섬생활이 생소해서 걱정스러운 부분도 많았지만, 섬에서 생활하다 보니 이젠 적응이 되는지 조금은 더 편안해지는 것 같다.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서 박경리 선생님은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라고 묘사를 해놓으셨다. 통영에는 570개나 되는 수많은 섬이 있고, 통영의 대표적인 섬 관광지 중 하나인 이곳은 오롯이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진짜 섬이다. 게다가 이곳에는 100대 명산 중 하나인 ‘지리산’이 있어서 등산객들이 꼭 들러야 하는 필수 등산코스로 유명하고, 사시사철 어종이 풍부해서 낚시객들에게 찐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인구 1400명의 섬에 연간 방문객이 30만~40만명이 사량섬을 찾는다’고 하니 그 뜨거운 인기를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쯤에서 ‘왜 통영 사량도에 뜬금없이 지리산이 있는 거지?’ 하고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추가로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곳의 ‘지리산’은 원래 ‘지리망산’인데 ‘지리산’으로 표시하고 있는 사량도의 대표적인 산을 부르는 명칭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지리망산에서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지리망산의 ‘망’자는 ‘볼 망(望)’자인데, 표기하며 누락된 것인지는 몰라도 통영시의 공식적인 지명표기에는 이 ‘망’ 자가 없고 그냥 ‘지리산’으로 불리고 있다. 사실 ‘지리산도깨비’라는 필명을 쓰고 있는 필자도 이 사량도에 지리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신기하고 반가웠다. 뭐든 직접 겪어봐야만 그 진면목을 알게 된다는 것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우선 사량도라는 섬은 주변 환경이 너무 아름답고, 참 느낌이 좋은 섬이다. 무엇보다 사량도는 사방으로 탁 트인 바다와 육지에서 드나드는 배가 많아서 편리하고, 상도와 하도가 사량대교로 연결되어 있는 작지 않은 섬이라서 그런지 필자가 느끼기에도 그렇게 공간적으로 답답한 부분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다만 섬이다 보니 기상으로 인한 결항이 아주 가끔 있어서 ‘아, 여기가 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처음에 결항으로 조금 당황했던 걸 제외하면 이제는 그렇게 가끔 ‘간헐적으로 단절되는 상황들’을 슬슬 즐기기 시작한 것 같다.

    근래에 사량도에는 새로운 바람들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필자가 속한 ‘사량면 대항항 어촌신활력증진센터’에서 주도적으로 기획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앞으로 다양한 형태로 문화예술인들이 사량도를 찾아오고 워크숍을 올 수 있도록 연계하며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주 관광 키워드가 ‘등산’과 ‘낚시’밖에 없었던 사량도는 이제 ‘문화예술’을 더해 연인, 가족, 친구 등의 그룹으로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섬관광지로 충분히 재구성될 수 있다는 희망의 불빛이 보인다. 작년 하반기 필자가 사량도에 들어온 이후로 플떡랜드(로컬굿즈제작), 경남지속가능발전협의회, 마산오광대, 730대학밴드연합동아리, K-ART미술관, ㈜한국국제전시(K일러스트레이션페어), 우찌가야(가야팝공연), 신유배기행(퍼포먼스 공연), 엄마손공방(나전칠기), 남해몽(유튜버), 서울창신생활상권활성화추진위원회 등 참 많은 분들이 감사하게도 사량도를 찾아주셨다. 얼마 전에 있었던 ‘우찌가야’와 ‘신유배기행’이 함께했던 ‘신유배가야팝’ 공연은 정말 감동적이었고 새로운 희망과 함께 사량도 관광의 방향성을 재구성할 수 있는 그 가능성을 충분히 살펴볼 수 있었다. 이렇게 봄바람이 불어와서 앞으로 사량도를 찾는 ‘예술인들에게는 쉼과 자유를, 섬의 주민들에게는 활력을, 관광객에게는 다채로운 즐거움을 주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장원(쌀롱드피랑 대표·지역문화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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