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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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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기억 vs 기록,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다- 임태군(경남지방병무청장)

  • 기사입력 : 2024-02-12 19: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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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은 잊기 위해 기록한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기억할 수 있는 용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기억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억의 유한함을 알기에 사람들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기록을 한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오랜 공직생활 동안 수없이 많은 메모를 하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

    병무청에서는 많은 기록들이 만들어진다. 국가의 병역관리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개인의 권리 증빙과 관련된 기록들이 다수 생산된다. 병무청에서 생산한 모든 기록이 사회적, 행정적 상황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병적기록은 개인이 국가를 위해 이행한 병역의무의 증거이자 기록으로서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 병무청에 방문하는 민원은 병역이행에 대한 상담이 주목적이지만, 다수의 민원은 병적증명서 발급을 위해 방문한다. 병적증명서 발급은 기본적으로 민원인의 군복무에 대한 기억에 의존한다. 일례로 병적증명서 발급을 위해 방문한 40대의 민원인이 있었다. 민원인은 자신의 이름으로 병적증명서 발급을 요청하였지만, 민원인의 군복무 기록은 조회되지 않았다. 민원인은 그럴 수가 없다며 병적증명서 발급 담당자를 다그쳤지만 담당자가 아무리 조회를 해도 민원인에 대한 병적기록이 존재하지 않았다.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담당자가 혹시나 하여 민원인에게 이름을 개명한 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한참을 생각하던 민원인이 군복무 이후 이름을 개명하였다고 담당자에게 미안해하며 얘기하였다. 이후 담당자가 개명 후 이름으로 병적증명서를 발급해주었지만, 민원인과 담당자 모두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희미해진다. 또한 기억은 정확한 사실의 기록이 아닌 재구성의 과정이다. 기억을 회상할 때마다 그 내용이 조금씩 변경되며, 이로 인해 오랜 시간이 지난 기억은 원래의 사실과 다르게 왜곡될 수 있다. 특히나 공적 사실에 대한 증명을 기억에만 의존하는 것은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기록을 통한 확인작업이 필요하다. 잘못된 기억의 편린은 기록으로만 보완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임태군(경남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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