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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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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어른을 위한 그림책의 힘- 홍미선(김해시 장유도서관장)

  • 기사입력 : 2024-02-14 19: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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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의미를 전달하는 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그림책은 어린이를 독자로 하는 문학작품으로 인식됐다. 한 온라인서점의 통계에 따르면 그림책 최다 구매자는 50대 여성이라는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림책을 읽기 시작한 어른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그림책은 성인 독자층이 증가하면서 0세부터 100세까지 읽는 독립된 매체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당신이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를 펴낸 고미 타로는 간결한 그림과 재치 있는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의 작가다. 그는 “지금까지 어린이를 위해 그린 작품은 하나도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림책 역시 다양한 소재와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으며, 시각적 문해력이 더해진다면 한층 깊이 읽을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필자는 2006년 독서치료를 공부하면서 그림책에 몰입하게 되었다. 독서치료는 책을 매개로 개인의 심리적 문제 해결과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다. 책 속의 인물이나 배경에 대해 동일시와 동일시를 통한 카타르시스, 통찰력을 키우면서 문제 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를 적용하고자 할 때 내담자가 책을 읽어오지 못하는 애로가 있었다. 당시 성인을 위해 개발된 상황별 도서 목록은 대부분 집중력과 독서력이 필요한 자료였다. 자신의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힘들다. 더욱이 마음이 힘들면 신체 증상이 동반되고 책 읽기가 힘들어지는데, 치유서로서 그림책은 훌륭한 재료가 되었다.

    그림책은 비교적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계속 반복해서 읽을 수 있다. 또한 읽어주기 위한 책이다. 양육자가 자녀에게, 자원활동가가 이웃에게. 읽어주기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시간이 만들어지고 서로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그림책은 함께 모여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이다. 문자언어에 집중됐던 성인의 독서에 그림책 속 상징과 기호를 이해하는 즐거움은 덤이다. 소규모 그림책 읽기 모임이 많아진 것은 어른들이 자신을 위해 재미있게 그림책을 보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 독자층이 넓어지고 활용도가 높아진 그림책 시장의 활기가 더욱 기대된다.

    홍미선(김해시 장유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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