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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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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세계는 종자전쟁 중- 김제홍(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 기사입력 : 2024-03-19 19: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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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즐겨 먹는 통닭은 100% 수입된 원종계(GPS)에서 나온 것이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육계 원종계의 약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대부분 미국의 코브-반트레스(Cobb-Vantress), 네덜란드의 아비아젠(Aviagen Broilers), 프랑스의 하바드(Hubbard) 등 3개 육종기업에서 수입하고 있다. 경상도 사람들이 ‘땡초’라고 부르는 청양고추의 소유권은 외국계 회사에 있다. 외환위기 때 청양고추 종자를 개발한 ‘중앙종묘’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 다국적 종자회사 ‘몬산토(Monsanto)’에 인수되었고, 2018년 몬산토는 다시 독일의 바이엘(Bayer)사로 넘어갔다. 놀랍게도 한국에서 생산되는 팽이버섯의 약 80%, 양배추는 약 85%, 양파는 80%가 일본 종자이다. 우리가 청양고추, 팽이버섯, 양배추 등을 재배하려면 외국계 종자회사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미국은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전 세계의 작물 종자들을 모으고 유전자변형을 시켜 특허를 내고 독점해 왔다. 세계 콩 수출 1위 국가는 미국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소비되는 콩의 90%가량이 미국산이다.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집해간 5500여 종의 콩 종자로 우량 품종을 만들어내었다. 미국에 이어 중국, 프랑스, 일본 등 많은 국가들이 종자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몬산토를 비롯해 듀폰, 신젠타 등 상위 10개사는 세계 종자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1500억 원에 이르는 국내 채소 종자시장의 절반 이상이 해외기업들에 장악당한 상태다. 1차 산업과 4차 산업이 결합된 종자산업은 식품·제약·의료·에너지 등 다양한 관련 사업과 연계하여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유망산업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기후위기와 같이 닥쳐올 미래 식량난 때문이다. 메뚜기, 귀뚜라미 같은 식용곤충이나 식물성 고기, 바다의 조류(algae) 등 여러 대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의 종자들을 확보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훗날 식량 부족 사태가 벌어진다면 종자를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만 한다. 반대로 종자를 독점하는 국가는 세계 식량수급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김제홍(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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