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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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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또 떨어지면 관 속에 들어갑니다”- 주임환(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

  • 기사입력 : 2024-03-27 19: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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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달막한 외모의 진해 출신 황낙주는 선거 때마다 화젯거리를 몰고 다녔다. 총선 첫 데뷔전은 보기 좋게 낙선. 1971년 두 번째 도전 때에는 손수레에 앰프 시설과 함께 관(棺)을 싣고 다니며 이렇게 외쳤다. “이번에 또 떨어지면 죽어서 이 관에 들어갑니다. 불쌍하다 황낙주, 여러분의 한 표로 제 한목숨 살려주세요!” 애절한 호소 덕분인지 당선되었다.

    마·창·진 선거구가 중선거구로 바뀐 시절 학교 운동장의 합동유세장, 연단에 먼저 오른 그는 이렇게 포문을 열었다. 상대는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낸 박종규 후보. “여러분, 이번에 진짜 무식한 사람이 나왔습니다. 한자(漢字)로 자기 이름도 쓸 줄 모르는, 아주 무식한 군(軍) 출신 후보를 여러분이 반드시 심판해 주세요!” 연단 아래의 박종규는 아연실색, 두 손이 부르르 떨렸다. 두 후보는 함께 당선되어 사이좋게 지냈다. 황낙주는 이렇게 7선 의원이 되었고 국회의장을 지냈다.

    거제도의 아들 김영삼은 새파란 26살에 부산 서구에 출마해 최연소 국회의원이 되었다. 3선, 4선이 되면서부터는 자기 선거구는 제쳐두고 경남 부산지역의 바람몰이에 나섰다. 수천 명이 몰린 마산역 광장의 연설도 대단했지만 수십 명씩 모인 골목길에서는 사과 상자 위에 올라서서 삼 분, 오 분씩 격정적인 연설을 토해 냈다. 그 절실함이 시민들의 가슴에 감동과 희망을 심었다. 부인 손명순은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했다. 소년 시절 ‘한국의 케네디’를 꿈꾸었던 김영삼은 9선 의원의 기록을 세운 뒤 기어코 청와대에 입성했다.

    제22대 총선에 불이 붙었다. 권력자들이 입맛대로 후보를 내리꽂고, 패기에 찬 무소속 후보가 전멸한 탓에 이번 선거전은 예전에 비해 밋밋하다. 그래도 선거전은 전쟁이니 후보는 몸과 마음이 바쁘다. 한 전직 의원의 회고. “밤늦게까지 선거운동을 하고 집으로 가던 중 누군가와 악수를 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상대가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내가 전봇대를 붙잡고 있었어요. 혼이 빠진 상태에서 한참 하늘을 보았어요.” 공화국의 주인은 국민이니 최선을 다하는 후보들의 건투를 빈다. 선거법은 꼭 지켜 주시길.

    주임환(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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