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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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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역사 시 동인지 ‘잉여촌’ 이제 안녕

1964년 창간… 최근 36호 ‘종간호’ 발간
동인 이상개 시인 타계로 활동 중단 결정

  • 기사입력 : 2024-04-17 08: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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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4년 창간했던 시 동인지 ‘잉여촌’이 최근 제36호를 끝으로 안녕을 고했다.

    경남을 비롯해 전국 곳곳 해병 출신 문학청년들의 의기투합으로 탄생했던 동인지 ‘잉여촌’은 1985년 휴간에 들어가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동인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규합해 2004년 복간, 햇수로 60년 세월을 함께해왔다.

    창간동인이던 창원의 오하룡 시인과 부산 이상개 시인, 울산 조남훈 시인을 주축으로 서울 유자효, 제주 김용길, 경주 장승재·김성춘 시인 등 각 지역을 이끄는 원로 문인들이 활동했던 잉여촌이 올해 갑작스러운 종간을 맞이한 데는 지난 2022년 이상개 시인의 급작스러운 타계가 연유가 됐다. 종간호에서 오하룡 시인은 그를 가리키며 “잉여촌의 산파역이었고 기둥이었고 생명줄이었는데 떠났으니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통상의 동인지나 출판물이 종간호인지도 모르게 종간되는 것이 상례인데, ‘잉여촌’은 이례적으로 마지막호임을 밝혔다. 동인들의 마음이 여전히 함께하는 탓이다.

    오하룡 시인은 대표로 머리말을 쓰며 “종간호라는 이런 이름에 붙이는 글도 있는가. 여기 그런 글이 있음을 발견하고 의아하게 여기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사실상 이렇게 종간호를 밝히는 것은 유서 같은 것일는지 모른다. 이제 그만 살고 가겠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자진하기 직전의 심정이 지금 필자의 심정이다.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잉여촌은 종명하나 동인들은 천수를 누리면서 더욱 건안 건필하기를 기원드린다”고 했다.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나서/ 무슨 약속을 분명히 할 수 있으랴/ 천 년 만 년 혹은 몇 광년의 세월을/ 스트롱을 꽂아놓고 빨아 마실 수 있으랴// 빛과 어둠의 중간에서 남몰래/ 몇 겁의 허물을 벗을 수 있으랴/ 형체도 없는 얼굴을 그리워한들/ 성운이 폭발하듯 달려올 수 있으랴// 허허로이 우주공간을 떠돌다/ 선한 눈동자의 불꽃으로 살아나는 우리들의 분명한 약속을/ 구태여 발설할 필요 있으랴.’ - 이상개 ‘분명한 약속’

    ‘잉여촌’의 제36호이자 종간호는 지금의 잉여촌이 있기까지 큰 역할을 했던 이상개 시인 추모특집의 의미를 담았다. ‘영원한 생명’을 비롯한 이 시인의 대표시 9편을 실었다. 뒤이어 김성춘·김용길·유자효·장승재·조남훈이 추모글을 한 편씩 썼고, 박종해·오하룡까지 동인 일곱명의 작품들을 실었다.

    김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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