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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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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랑의 언어로 사랑을 탐구하다

[책] 사랑의 다른 말

  • 기사입력 : 2024-04-24 0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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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신저로 마음 주고받는 시대 가벼워진 사랑의 감정
    흔한 관용적 표현 대신 진실된 언어들로 시집 채워
    시편마다 곁들인 진주 출신 하재욱 작가 펜화 눈길


    몹시 아끼고 귀중한 것이어서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었다. 느끼는 이 감정을 완벽하게 담아낼 말을 못 찾아서 내가 아는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말들을 갖다 붙였다. 그 말들은 뭔가 꿈같이 뿌옇고 몽롱했는데, 그래서 그때 당신에게 내 진심이 가닿지 않은 것일까 자책했다. ‘사랑’이었다.

    성윤석 시인이 찾은, 사랑의 다른 말들이 진실로 와닿는 이유일테다. 그가 최근 내놓은 그림시집 ‘사랑의 다른 말’에서 사랑은 벼랑이거나 뼈의 뜀이거나, 소파이거나 복장뼈이거나 거꾸로 찍힌 새 발자국. 애써 꾸미지 않았으나 어찌 ‘사랑’스러운지는 모를 일이다.


    ‘어느 해 여름이었을까요 바다 백사장에 당신의 앞치마를 깔고 우리는 나란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나란히 무릎이 부딪쳤는데요 당신의 정강이뼈가 뛰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살갗을 뚫고 당신의 정강이뼈가 두 가닥이 되었다가 세 가닥이 되었다가 하고 있었어요 (중략) 뼈의 뜀이 아직, 내게 남아 있어 나는 바다를 쉬이 떠나지 못한답니다’ - ‘뼈의 뜀’ 중

    시인에게 사랑은, 진실된 언어가 왔다갔다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줄일지라도 백지를 채우는 일.

    “요즘은 메신저로 마음을 주고받다 보니 사랑의 감정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잖아요. 시집에 옛 선비들이 연애할 때 쓰던 짧은 편지인 척독을 이름 붙인 시편을 여러 편 두었는데 그 이유가, 요즘 사람들이 진중하게 편지를 안 쓰잖아요. 그래서 진지하게 백지를 받은 기분으로 거기에 진실되게 한 줄이라도 써서 보내는 정서를 표현하고자 했죠.”

    ‘나에게 정확한 사랑의 언어를 주시오 정확하고 진실되지 않다면 떠나겠소 만년필이라는 존재의 이름 거죽에 연금술사라는 또 다른 이름을 새긴 필기구 한 필이 낡았지만 점점 커지는 세상의 노트 중앙을 단번에 꿰어놓고 있다’ - ‘만년필’ 중

    책에 실린 하재욱 작가의 그림 ‘만년필’
    책에 실린 하재욱 작가의 그림 ‘만년필’

    보고싶다, 그립다는 말이 한 글자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책장을 뚫고 나오는 사무치는 그리움 역시 같은 까닭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다음 날 ‘식물을 이용하여 지구의 금을 얻는 일을 하려고 한다’는 어떤 이의 의미없는 딴짓들을 진실로 마주할 때 그의 슬픔은 그대로 전이된다.

    “사랑시들이 대부분 인터넷 찾아보면 다 나오는 그런 말들, 관용어 비슷한 말들로 위로한다고 하는데 너무 흔한 말들이잖아요. 조금 다른 말로 표현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죠.”

    시 ‘복장뼈’에서 복장은 실연했을 때 덮쳐오는 심장 아림에서 심장의 다른 말. ‘어린 사람의 복장뼈는 여섯 개였다가 스무살이 되면 세개로 합쳐진다 (중략) 성인이 되어 합쳐진 복장뼈엔 이젠 울음 같은 물기는 솟지 않지만 그대여 한 때 내가 복장을 치며 생각했던 그대여’ - ‘복장뼈’ 중

    성 시인에게 이번 시집은 모험이자 외도다. 아름다운 말로 가득한 시집도 안 팔리는 세상에 이렇게 진실된 말들로 가득한 사랑시집이라니. 사랑, 그 원초적인 것을 본격적으로 다뤄본 적 없어서 사랑시집을 냈다는 시인은 더 본격적이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내비치지만 이 책이 영락없이 사랑시집인 것은, 어쩌다 인연이 닿은 진주 출신의 하재욱 작가가 시편마다 그려 넣은 사랑스러운 펜화가 아쉬움을 채우기 때문이다.

    시집의 모습을 한 시인의 편지가 당신에게 가닿아 사랑이 될 봄날이다.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내가 쓰는/ 문장이 내 말을 알아들을 때까지 씁니다 내 글이 내 말을/ 알아들은 날이 없었습니다 그때서야 나의 문장이/ 가장 나와 가깝고 그때서야 당신에게 온전히 나의/ 문장은 당신에게 도달할 것입니다.’ - ‘사랑’ 중

    저자 성윤석, 그림 하재욱, 출판 사유악부, 104쪽, 가격 1만2000원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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