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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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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F-5 전투기 추락 어처구니 없는 인재

  • 기사입력 : 1999-10-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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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14일 발생한 공군 F~5F 전투기 추락사고는 기지 요원들의 심각한
    군기해이와 직무유기, 노후된 시설이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였다.

     전투기가 맹물에 가까운 연료를 싣고 비행하다 엔진이 멈춰 추락한 사고
    자체가 공군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지만 오염된 연료가 공급되게 된 경위
    는 더욱더 충격적이다.
     공군 자체조사에 따르면 5만배럴짜리 대형 유류저장탱크 바닥에 길이
    2㎝, 폭 2㎜ 크기의 균열이 생겨 지하수가 다량 유입된 것이 사고의 발단.
     지난 8월 중순 대형 유류저장탱크의 정기점검을 위해 1만배럴 짜리 유류
    저장탱크 4개에 항공유로 나눠 옮기는 과정에서 맨 밑바닥의 기름이 옮겨
    진 3번 탱크에 다량의 물이 유입됐다.

     유류저장탱크는 결로(結露)현상이나 지하수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매일
    밑부분으로 수분을 빼내는 드레인(Drain) 작업을 해야 하지만 담당자는 사
    고가 날 때까지 한달동안 한 차례도 드레인 작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전투기에 연료를 주입하기 전에 반드시 시료를 채취해 색상, 수분, 인화
    점 등 8가지 항목에 걸쳐 조사하도록 하는 샘플링 작업도 사고 당일에는 생
    략됐다.

     또 활주로옆 급유대에 설치된 여과기는 수분 자동차단밸브의 고장으로 물
    을 걸러내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시켰고 급유대에서 연료를 받아 전투기에
    주유하는 유조차의 여과기도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유류저장탱크에서 전투기에 연료가 공급되는 과정에 거치게 되는 4가지
    안전절차 가운데 단 한 가지라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번 사고는 미연
    에 방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과정을 거쳐 사고 전투기의 외부 연료탱크에 공급된 연료
    는 사실상 맹물에 가까웠고 조종사가 내부 연료탱크의 정상연료를 이용해
    이륙한 뒤 물로 채워진 외부 연료탱크로 연결 스위치를 전환하자마자 기체
    는 곧바로 추락했다.
     공군 관계자는 사고 당일 함께 연료를 공급받은 7대의 전투기와 유조차
    에 남아있던 연료를 뽑아내 SK대덕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전혀 불
    이 붙지 않을 정도로 수분 함량이 높았다고 실토했다.

     만약 사고 당일 연료공급을 받은 7대도 이륙 중단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면 참사를 면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공군은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지난달 말 완료되고 해당 지휘
    관에 대한 보직해임과 구속 등의 조치를 취하고도 한달 가까이 국방부 장관
    에게 보고조차하지 않는 등 진상을 은폐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고가 난 9월14일은 공군 영관급 장교들의 진급심사가 시작된 날이었고
    이후 장성 진급심사가 이어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공군 관계자는 『원인을 은폐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관련자에 대한 문
    책 방침이 마무리되지 않아 발표를 늦춘 것일 뿐』이라며 『어쨌든 전투기
    에 물이 섞인 연료가 들어가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털어놨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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