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버려야할 유권자 이기주의
- 기사입력 : 2000-03-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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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6대 총선이 불과 20일밖에 남지 않았다. 벌써부터 지방갈등을 조장하
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고, 불법 타락선거의 양태가 보이고 있다. 유권자들
의 힘으로 선거혁명을 보여주자고 떠들면서도 표를 무기로 삼아 후보자들에
게 청탁반 협박반 무리한 요구를 일삼고 있는 작태가 나타나고 있다.
총선 출마예상자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요구를 공약에 넣어라, 지역현안은
반드시 처리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으로서 도저
히 해결할 수 없는 요구인데도 공약에 넣지 않으면 무능과 열의부족으로 지
탄하며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 일쑤라는 것이다. 집단행동
에 협조요청 등으로 시달리다 못해 아예 정치를 포기한 사람들조차 있다.
참여연대 등에서 이번 만은 유권자들의 손으로 부끄러운 정치풍토를 바꾸
고 정치혁명을 이룩하자고 반대인사의 공천철회 낙선운동을 전개한다고 하
지만, 정작 유권자의 선거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큰 진전을 바라기가 어렵
다. 새 천년을 맞이하여 처음으로 실시하는 이번 선거가 미래를 향한 민족
의 진운을 결정짓는 중대사란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여느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저속, 타락, 비방, 지역감정 부추기기
등 온갖 부정적인 현상이 난맥상처럼 얽히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하고마는 현상도 달라진 게 없다.
선거 때마다 거짓말과 위선과 부정이 판치는 가치 혼란과 도덕상실을 보여
준다. 가장 타락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개혁해야 할 분야가 정치임을 이구동
성으로 말하면서도 선거 때만 되면 엘리트군들이 정치판으로 몰려들고 있
다. 정치판이 부패하고 부도덕한줄 알면서도 정치판에 끼어들고 있는 이유
가 무엇일까.
그것은 권력·금력에 집중된 사회구조에 있다. 모든 가치가 권력과 금력
에 집중되어 다른 가치가 빛을 잃어버린데 있다. 각계 각층 엘리트들이 세
계적 권위와 업적을 통한 인류 사회의 공헌을 위해 정진하지 않고 중도에
서 정치판으로 뛰어들어 전문가의 길을 포기하고마는 경우를 본다. 학자는
학자의 길을, 과학자는 과학자의 길을 한 눈 팔지 않고 묵묵하게 걸어가야
한다.
유신 때부터 각계 대표적인 엘리트들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여 전문가의 길
을 중도 포기시키고 결국 1회성 간판용으로 사용하고 용도폐기하여 인재만
버리는 전철을 밟고 있다. 가치 다양화가 이뤄지지 않고, 권력집중으로 인
한 병폐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래 저래 정치가 나라를 혼란시키고 민심을
분열시키고 인재를 버리고 가치혼란을 야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음은 서글
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도 선거용 정당이 급조되고 이합집산을 보여주는 등 아직
도 전근대적인 지역감정에 좌우되는 선거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당이 기본과 뿌리가 없이 이권에 몰려다니는 장사꾼의 집합체에서 벗어나
지 못하고 있다.
후보자를 고르는데도 전문성 도덕성 추진력 등 인물 본위로 논리적 합리적
인 사고와 판단에 의하여 선택하지 않고 혈연, 학연, 지연에 좌우되는 감정
적 태도를 지니고 있어서 이런 의식을 단숨에 개혁하기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망국적인 지역주의에서 벗어나는 길만이 우리 정치를 개혁하는 유일한 방
법이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에게 지역적인 민원과 공약을 일삼아선 안된다.
유권자들의 의식이 깨어 고질적인 지역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국회의원
이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는 사람으로 매달리게 한다면 한 걸음도 정치발전
을 이룩할 수가 없다. 편협한 지역주의를 떠나 나라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
과 일의 우선 문제를 따져 능률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치혁신, 선거혁명은 유권자들의 손에 달렸다.
「바꿔! 바꿔!」라는 구호를 유권자들 스스로에게 먼저 부르짖어야 한다.
후보를 바로 선택할 수 있는 깨어있는 의식,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생각, 선
거에 반드시 주권을 행사하는 참여, 지역이기주의를 넘어서는 분명한 역사
의식과 결단력을 이번 선거를 통해 유감없이 보여주어야 한다. 이번 16대
총선은 지역이기주의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느냐, 지역이기주의에 함몰되어
한 걸음도 새로운 정치개혁의 길로 나가지 못하느냐 하는 민주역량의 심판
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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