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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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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미래를 내다보는 인물

  • 기사입력 : 2000-07-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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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학자 도올 김용옥씨는 大宇의 김우중씨를 『聖人』이라고 칭송한바 있
    다. 〈禮記〉에 나오는 『作者之謂聖』이란 말을 그에게 대입했던 것이다.
    『신화적 인물』로 영생할 줄 알았지 『몰락한 기업인』으로 퇴출되리라곤
    생각지 못한듯 하다.

    역사를 통해 시대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언한 사람은 많다. 인물에 대한 정
    확한 예지력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그같은 일은 자신의 능력 과시도 됐지
    만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것이기도 했다. 당연히 추종자를 몰고 다니며 선
    지자란 칭호를 듣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예언이 모두 맞는 것은 아
    니었다.

    역사속의 예언은 80%가 엉터리였다고 독일의 슈피겔지 최신호가 보도했
    다. 2000년대 예언을 최초로 한 에드워드 베리미는 1888년 출간한 책에서
    『사회계급이 사라지고 兄弟愛가 지배하는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이라고
    했다. 美 국방부가 거액의 자금을 지원하여 만든 60년대 보고서는 『80년대
    에는 화성 유인 탐사가 이뤄지고 달에도 우주 스테이션이 건설될 것』이라
    장담했었다. 경제전문가인 허만 칸 박사는 『2000년 안에 일본이 미국 경제
    력을 능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당시로서는 비전이었을
    지 모르나 지나고 보니 부질없는 말 장난이었다. 2차대전 당시 미국의 장군
    이었던 윌리엄 리히는 종전직전 『핵폭탄은 성공할수 없다. 그건 내가 폭
    탄 전문가로서 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가 몇달만에 망신을 당해 역사상
    최악의 예언으로 기록됐다.

    유명인도 이 정도인데 우리와 같은 환경에서 탁월한 예지력을 가진 인물
    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인물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가 처한 환경 때문이다. 경제적 어려움에 급박하게 돌아가
    는 남북 상황은 명쾌한 예지력으로 시대를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인물을 필요로 한다.

    그동안 우리는 IMF환란을 통해 정치인의 밑바닥 예지력을 보았고, 잘못된
    지도자의 예지력은 국민에게 고통만을 준다는 사실을 절실히 체험하고 있
    는 중이다. 퇴출시켜야 할 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앞다퉈 강조했던 예지
    력이 오늘날 우리 정치인의 수준이다. 예지력이 부족하면 失機하는게 문제
    다. 시기를 놓치고 뒤늦게 허둥대기 일쑤다. 개인이 그렇고 국가가 그렇다.

    97년이후 1백조원의 공적 자금을 쏟아 부었고, 그중에 64조원을 금융기관
    에 투입했지만 여전히 금융기관은 부실 덩어리고 우리 경제의 변수가 되고
    있다. 연금조차 바닥났지만 아직도 자금 쓸 곳은 산적하다. 이런 와중에 정
    주영씨는 북한에 또 천문학적 투자를 약속했다. 계열기업이 국가의 공적자
    금으로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대북 투자 계획이다. 거기에 누가 나서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은 없다. 권위에 도전하려는 용기있는 사람이 없는 것
    은 그를 능가할 예지력을 가진 인물이 없다는 의미다. 미래를 바라볼줄 아
    는 경제학자, 사회 변천을 꿰뚫어 미래를 예측하는 사회학자가 없다는 것이
    다. 결국은 금융대란의 위기에 봉착했고, 의약분쟁과 같은 집단이기주의가
    난무하는 상황만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미래 예측은 어렵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미래에 대한 예측을 원하고 이를
    믿으려 한다. 그런 기대는 국민의 소망이고 비전이다. 그러나 컴퓨터와 첨
    단장비를 이용해 예측을 계량화 시킨 오늘날에도 그 정확도는 여전히 의심
    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경유착과 온갖 특혜의 온상에서 불도저식 기
    업을 키워왔던 인물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기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긴
    퇴출 기업인을 『성인』으로까지 예찬했던 예지력이 우리의 실상임에야.

    이제 신화적 존재라는 그들에 대한 꿈을 깨고 인식을 바꿀때, 우리 기업
    의 변신과 경제 환경의 개선이 가능할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예측을 너무 신뢰하는 것도 문제다. 1987년 株價 대폭락을 3일전에 예측해
    유명해진 미국의 증권 전문가 엘런 가차렐리도 13번 예측한 중에 5번만 맞
    아 적중률은 38%에 불과했다. 따지고 보면 동전의 양면중 한면을 맞추는
    50%의 적중률에도 못미치는 셈이다. 차라리 인물이 없다면 우리는 동전을
    던져 50%의 확률로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성재효(논설위원) jsung49@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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