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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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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감시받는 사회

  • 기사입력 : 2002-08-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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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사회단체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기업들이 폐쇄회로 TV카메라를
    설치해 노동자들을 감시,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주장하여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이들은 한 정신병원의 경우 CCTV를 이용하여 환
    자들을 감시하고 있음을 덧붙이고 있다. 정보화 사회에서 우리의 일거수 일
    투족이 감시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켜 주고 있다.

    한때 불륜관계로 보이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갈을 쳐 돈을 뜯어내는 신
    종 불륜 파파라치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당신 불륜이지? 이 말 한 마디
    에 아무런 저항도 없이 송금되는 거액의 돈을 챙긴 파파라치들이 검찰에 검
    거된 것이다. 이들은 유원지 등을 드나드는 차량을 추적하기도 했고 심지
    어 아무런 불륜 근거도 없이 불륜 일것 같은 사람에게 무작위로 전화나 인
    터넷메일을 보내는 수법을 동원했다. 뒤가 구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저항없이 이들의 덫에 걸려 요구액을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파파라치의 존재는 교통 신고포상금제도 등에서 부
    각되어 왔다. 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이 제도가 시행된 지난해 3월부터 금
    년 3월까지 전국 경찰서를 통해 접수된 교통법규 위반신고 건수는 357만5천
    17건으로 이는 자동차 등록대수의 4분의 1에 해당된다. 이 기간에 지급된
    보상금 총액은 84억4천512원인데 총 100만원 이상의 보상금을 받아간 사람
    은 2천999명이며, 특히 월 1천만원 이상 지급받은 사람도 63명이나 되는 것
    으로 집계된데서 이들의 활약상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의 활동은 지난해 초 쓰레기 불법투기 신고포상금제가 실시된데 이어
    올들어 교통법규 위반차량 신고제와 부동산 공개수수료 과다청구 신고제 등
    이 잇따라 도입되면서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지난 6.13지방선
    거 때에도 파파라치의 발걸음은 바빴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규위반 사
    실을 신고해 그에 따른 포상금으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전문신고꾼까지 등장
    하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이를 두고 찬반양론도 비등하다. 일부에서는 불법행위를 뿌리 뽑기위
    해 필요한 제도이며 실효성도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공권력
    이 해야 할 일을 시민에게 떠넘겨 고자질문화를 창조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
    시하고 있다. 신고 포상금제도의 가시적인 효과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표출
    되고 있는 부정적인 해악에 대한 대책마련에도 한치의 소홀함이 있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모두들 알게 모르게 감시 노이로제에 빠져들고, 이는 우리
    사회의 불신풍조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더욱
    아니될 것이다.

    더욱이 각종 감시장비의 활약으로 국민들의 피해의식도 점점 증폭되고 있
    는 실정이다. 게다가 최첨단기기의 도입으로 이러한 감시체계는 날로 전문
    화 고도화돼 문제의 심각도를 더해주고 있다. 이는 건물내의 감시카메라를
    비롯한 각종 도청기의 위력에서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부터 온 종일 어디에
    서나 자신이 관찰당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
    나고 있는데서 대변되고 있다.

    「몇년전만 해도 도청감시 방지를 문의해 오는 고객의 절대다수는 관공서
    나 기업체였으나 최근엔 일반인이 20~30%를 차지한다」고 말하는 보안전문
    회사 관계자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 감시노이로제 확산현상을 간접적으로 설
    명하고 있다.

    우리는 남의 잘못이나 비밀을 일러 바치는 고자질을 가장 나쁜 짓거리의
    하나로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감시체제 구축이라는
    감시사회로 나아가고 있는게 오늘날의 추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우 남의 사생활 엿보기에 몰카가 공공연히 동원돼 사회적 현안과제로 떠
    오르고 있으며, 우리의 경우에도 이에대한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화려한 정보사회 뒤켠의 음울한 그늘로 끔찍한 세상이 돼가고 있는 것이
    다. 이러한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위법행위를 저지르
    는 우리의 자세를 겸허히 반성하고 준법 생활화 실천을 더욱 다짐해야 할
    것이다. /나택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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