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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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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II-맛, 그리고...] 떡전어(20)

  • 기사입력 : 2002-10-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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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이 서해안의 주꾸미철이라면, 가을은 남해안의 전어철이다.

    가을의 별미를 알리는 시절 음식으로는 「참깨가 서말」이라는 전어회나
    전어구이를 따를 만한 것이 있으랴.

    그 달보드레하고 고소한 맛, 입 속에서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또는 혀끝
    이 얼얼하고 상큼한 맛이 다른 음식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별미다.

    「자산어보」에 『큰 놈은 한 자 정도로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 간혹 흑
    산도에도 나타나나 그 맛이 육지 가까운 데 것만은 못하다』했는데, 이곳
    진해 「떡전어」야 말로 가을 입맛을 살리기에 제격이 아니겠는가.

    물론 하동 갈사만과 사천 서포 전어회가 그 이름 값만큼이나 맛을 자랑하
    지만 사상 유례없는 태풍 루사 피해로 전어가 도통 잡히질 않으니 「그림
    의 떡」일 수밖에.

    그래도 이곳과 버금갈 수 있는 곳으로 진해 수치를 꼽을 만 하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가을 전어가 살이 통통하게 오르면
    이곳 수치 포구의 해안선을 따라 다닥다닥 붙은 횟집들은 손놀림이 더욱 바
    빠진다.

    지난 봄 군항제 기간 벚꽃놀이 왔다가 맛 본 싱싱한 회 맛을 못잊고 다
    시 찾은 손님들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손님
    들 대부분이 전어회를 찾을 정도로 전어는 가을 횟감중 인기 「짱」이다.

    특히 이곳의 떡전어는 살이 통통하고 크며, 검은빛을 띠면서 누렇다. 뼈
    도 연하고 부드러워 고소한 그 맛이라니! 떡전어 1마리가 일반 전어 3마리
    와 맞먹을 정도니 야위고 뼈가 센 일반전어에 비할 바 가 못된다. 따라서
    떡전어 너댓마리만 썰어도 작은 접시 한접시가 풍성하다.

    이런 떡전어를 뼈째 썬 「쎄꼬시」와 「통말이」에 소주 한잔 걸치면
    『캬! 바로 이맛이다』는 감탄사가 절로 난다. 여기에 친한 벗과 어울려 세
    상사는 얘기를 나누면 그 순간은 세상 부러울게 없으리.

    또 숭숭 칼집을 내어 막소금을 뿌리고 노릇노릇 구워낸 전어구이 맛은
    또 어떻고. 밥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만다.

    이곳 수치에서 7년째 한려수도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일남(63) 박정연
    씨 부부는 『자연산 떡전어를 쓰기 때문에 손님들이 밤늦은 시간까지 밀려
    든다』며 『꼬마애들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온 가족이 와서 맛있게 먹
    는 것을 보면 피곤함도 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태풍 이후 전어가 귀해 내놓지 못할 때가 많아 손님들에게 미안
    할 따름이죠 . 오늘은 몇 마리나 잡힐는지』라면서 최씨는 자리에서 일어섰
    다. 매일 오후 3~4시에는 바다어장에 물때보러 가는 시간이란다.

    어차피 사진촬영도 해야 하고 해서 동행해 고깃배에 몸을 실었다. 생전
    처음 타보는 손바닥만한 고깃배에 앉아 가슴 졸이며 바라본 바닷빛은 검푸
    르기로, 배멀미에다 무섬증까지 겹친 기자의 속타는 마음 같다.

    수치에서 조금 떨어진 명동 어촌계자리 어장. 고기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만들어져 있다. 비록 옌들 태풍피해를 비껴나진 않았지만 바다어장에 친 호
    망에 걸려 흰비늘을 번뜩이며 물 퉁기며 모습을 드러내는 전어가 반갑기만
    하다. 힘든 작업 끝에 호망을 건져 올린 최씨는 『에이! 몇십마리밖에 안되
    네』라며 입맛을 다신다. 예년에는 200여마리씩 잡혔는데. 말끝을 흐리는
    모습에 되돌아나오는 마음이 영 안 됐다.

    해마다 가을철이면 전어회맛에 길들여 『어이! 친구. 오늘 전어회와 소
    주 한잔 어때?』라며 무심코 내뱉으며 찾곤 했지만 그 전어맛을 보기까지
    삶의 고단함과 노동의 가치를 다시한번 생각케 한다.

    뭍에 내려 바라본 바다는 늦은 오후의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물비늘과 통
    통통 떠 가는 낚싯배, 하얀 물새가 한폭의 수채화건만.
    /이준희기자 김다숙기자 dskim@kn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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