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14일 (화)
전체메뉴

[금요칼럼] [금요 칼럼] 우려되는 한탕세태

  • 기사입력 : 2002-11-29 00:00:00
  •   

  • IMF 극복이후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탕주의 의식이 팽배해
    지면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경륜으로 1억원이 넘는 거액을
    잃은 40대가 창원 경륜장에서 극약을 마시고 자살해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
    져준바 있으며 일부 유명연예인들을 비롯하여 중소기업체 대표 등이 필리핀
    과 마카오 등지의 호텔 카지노에서 거액의 원정도박을 벌인 혐의로 검찰수
    사를 받고 있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부동산 투기의 열풍으로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으나
    개선은 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주식투자로 패가망신을 한 이
    웃들의 이야기에도 익숙해 있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한탕주의
    세태의 해악이 어느 수준인가를 가늠케 해주고 있다. 개인의 파멸은 물론
    사행성이라는 해악을 확산시켜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는 한탕주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97년에 실시된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극복의 과정에서 사
    회 각 분야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이로인해 수많
    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그 후유증은 지금까지 여전히 이어지고 있
    는 처지이다. 하루 아침에 삶의 근거지를 빼앗긴 수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러한 곳들을 방문했다가 결국 한탕주의 중독자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다.

    결국 힘들이지 않고 많은 돈을 벌수 있는 사례를 접하면서 이러한 인식
    이 우리 사회 저변으로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도박사범들
    의 대부분이 강원랜드에서 처음 카지노를 접한뒤 강원랜드에서 활동하는 한
    국인 모집책의 해외 카지노가 더 승률이 높다는 꾐에 빠져 해외카지노를 찾
    는 등 원정도박이 확산 추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에서 반증되고 있다.
    『강원랜드가 도박꾼을 국내로 유치해 외화유출을 막자는 당초 설립 취지와
    는 달리 오히려 원정 도박의 시발점 역할을 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
    다』는 검찰관계자의 지적을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한탕주의는 우리 사회의 과소비 현상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고
    급 승용차를 비롯한 고가 외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최근 타임지는 한국에
    서 고급 위스키 소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계층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공동체 의식을 퇴색시키는 결과로 이
    어짐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사회적 위화감을 심화시키고 건전한 규범
    에 치명타로 작용하는 것이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다. 한탕주의
    투기에 앞서 과소비에 앞서 이웃의 처지를 되돌아보고 고려해야 할 것이
    다.

    한탕주의 세태의 해악이 심화되고 있는 와중에도 지자체들이 이러한 업종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경남의 경
    우 진주시가 오는 2004년까지 전문 투우장 건립계획을 확정했으며, 의령지
    역 상설 투우장 건립도 최근 군의회의 부지매입 추경예산 승인이 통과돼 본
    격화될 전망인 가운데 기타 일선 시·군에서도 지역특성을 살린 프로젝트
    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자체의 경우 관광인프라 구축으로 빈약한 재정자립도를 개선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로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
    렇지만 지역주민들의 투기열풍을 조장하는 등 이미 나타나고 있는 각종 문
    제점 근절을 위한 대책마련에도 한치의 소홀함이 있어서도 아니 될 것이
    다. 강원도 정선카지노와 창원경륜장의 긍정적인 효과 못지않는 부정적인
    측면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개인은 물론 사회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는 한탕주의는 우리 사회의 패배
    심리 만연에서 비롯되어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상적인
    노력의 대가가 아닌 편법적인 수단에 의해 일확천금을 버는 사회풍조 속에
    서 개인의 성실성과 준법의식 등은 손해만 본다는 피해의식이 불로소득의
    병폐를 가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요행심리와 냉소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대책이 마련돼 건전한 사회 기풍이 시급히 정착돼야 할 것이
    다. /나택진 논설위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