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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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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II-맛 그리고...] 마산 복국(24)

  • 기사입력 : 2002-11-29 00:00:00
  •   

  • 『아이구~ 시원하다.』
    속풀이로 한 술 들이킨 복국의 뒷맛에 내지르는 탄성이다. 어제 밤늦게까
    지 마신 술이 확 깨는 소리다.
    그러나 불과 20여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이 소리 뒤에는 우리네 고단한 삶
    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어시장에서 힘든 일로 지친 심신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해장
    국과 걸쭉한 입담의 주인 아지매(아주머니)의 손맛, 자식 걱정과 이웃 얘
    기 등 정겨움이 밴 서민들의 녹녹지 않은 인생이 있었다.
    마산 복국은 그렇게 마산 어시장의 사람들과 함께 했다.

    마산은 예부터 물이 좋아 「장(似)의 도시」 「술의 도시」로 각광을 받
    으면서 안주류와 속풀이 해장국이 일찍 개발됐다. 또 60년대 이전 마산만
    은 청정해역으로 낙동강 물이 흘러들고 리아스식 해안으로 천혜의 복어 서
    식지였다. 어시장은 복어 집하장으로 참복이 헐값으로 경매돼 전국 일식집
    으로 보내지면서 마산의 복어요리가 전국에 개발·전수, 유명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어시장을 중심으로 24시간 배가 들고 나는 마산항의 명성을 빼놓
    을 수 없다.
    거친 파도와 싸우고 돌아온 어부, 어시장에서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소
    주 한 잔이나 막걸리 한 사발로 허기를 달래고 지친 육신과 쓰린 속내를 달
    래주던 복국.

    전국에 알려지면서 튀김, 껍질무침, 수육, 회, 불고기 등 메뉴가 다양해
    졌지만 가장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것은 국과 매운탕이다.
    오동동과 산호동 일대는 아직도 24시간 영업을 하는 음식점이 골목을 꽉
    메우고 있고 시가 지정한 명물 음식점만 27곳이나 된다.

    3대째 대물림으로 복요리를 하고 있는 오동동 251-8 남성식당을 찾았다.
    시어머니 박복련(92) 할머니로부터 손맛을 익힌 주인 김영희(59)씨의 손놀
    림이 바쁘다. 걸걸한 목소리에 인심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바깥주인 김승
    기씨가 반갑게 맞는다.

    부인 김씨는 『고인이 된 시어머니의 친정어머니가 복국을 팔았으며 당
    시 아침 해장국으로 내는 밥이 쌀 한가마니는 됐고 시어머니가 시집오기 전
    부터 손맛을 익혔다』며 『내가 이 일을 한 지 36년이나 됐으니 햇수로는
    족히 70여년은 된다』고.

    시어머니는 이제 기력이 쇠해 직접 음식을 만들진 못하지만 1962년 경남
    도로 부터 「특수식품자격증」을 발급받는 등 복요리의 산증인이다. 박 할
    머니는 손맛 뿐만 아니라 성질도 깐깐해 70년대 장미희씨가 주연배우로 나
    온 영화를 이 곳 식당에서 찍었는데 제작진에게 『우린 홍보 없어도 장사
    잘되니 비싼 전기료나 주고 가쇼』라고 말한 뒤 경비 일체를 받았다고.

    안주인 김씨가 내온 복국을 한 술 떠 먹는다. 시원함이 그만이다.
    『복국은 생복어를 깨끗하게 씻어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인 후 그 물에 복어
    를 넣고 한번 데치죠. 그 물은 버리고 냄비에 복어를 넣어 간장과 참기름
    을 치고 볶은 후 물을 붓고 다시 끓인 뒤 미나리를 넣고 약간 익힌 후 그릇
    에 담아 내면 그만이다』며 부인 김씨가 설명했다.

    『식초도 조금 넣소.』 투박한듯 하지만 정이 담긴 말투다.
    맑은 국물에 미나리와 콩나물, 토막낸 복이 넉넉하게 들어간 것이 푸짐
    한 마산의 인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남편 김씨가 말을 받는다.

    『어머니는 생복중에서 물이 좋은, 즉 싱싱해야만 제맛이 난다고 가르쳤지
    요. 그래서 지금도 냉동 복은 안써요.』
    어시장과 함께 오랜 세월 넉넉한 인정으로 마산 사람들의 든든한 동반자
    로 역할을 한 복어국.

    일찍이 송나라 소동파가 「그 맛, 죽음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극찬한 복어의 담백하고 감칠 맛과 함께 싱싱하고 퍼덕거리는 어시장 사람
    들의 삶이 담긴 소중한 마산의 미각으로 남을 것이다.
    /글=이병문기자 bmw@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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