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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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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우리 농업, 농촌을 지키자

  • 기사입력 : 2002-11-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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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확기를 맞고 있는 우리의 농촌 들녘에 시름이 깊다. 흉작으로 인한 고
    통은 말할 것도 없지만 풍작속의 빈곤마저 농민들이 겪고 있는 처지이다.
    이러한 현실은 젊은이들이 떠나는 농촌, 농정부재 등 각종 현안과제들을 우
    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더욱이 쌀 수입 개방을 앞두고 있지만 효율적 대책
    이 강구되지 못해 농촌의 위기감은 더욱 팽배되고 있다. 우리의 농업, 농촌
    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농촌의 위기감은 농민들의 분노로써 표출된 시위 등 최근의 각종 움직임
    에서 단적으로 대변되고 있다. 지난 22일 낮 12시 서울 보라매공원에서는
    현 정권의 농정실패를 규탄하는 400만 농민들의 총궐기대회가 개최됐다. 이
    날 집회에 도내에서는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소속 회원 3천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민들은 이어 1일 서울 여의도 둔치에서 전국농촌지도자
    대회, 13일 같은 장소에서 전국농민회 1차농민대회를 잇달아 개최하여 농정
    실패를 강도높게 규탄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발맞춰 도내 16개 농민단체 대표들이 지난 18일 경상남도 농민단체
    협의회를 구성, 농산물 수입개방 농가부채 해결 등에 대한 농민단체들의 대
    정부 요구를 대폭 강화키로 한 것을 비롯하여 마을 이장들과 기초의원들이
    우리 농업 지키기 대책위원회를 결성, 향후 활동이 기대되고 있다. 절체절
    명의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 농업을 살리자는 농민들의 함성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 쌀과 농축산업의 소중함을 국민들에게 알려
    농업회생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공동노력을 기울인다는 의지이
    다.

    현재 우리 농촌이 어떠한 위치에 처해 있는가는 남는 것은 고생뿐이라는
    농민들의 항의에서 이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들이 제시하는 1
    년 농사 대차대조표가 설득력을 더해준다. 「뼈 빠지게 1년 농사 지어본들
    영농비 등을 계산하고 나면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운 실정인데 과잉 재배와
    풍년 농사의 결실이 곧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수확마저 포기하는 일도 자
    주 발생하고 있다」는 결산이다.

    게다가 가격이 저렴한 외국산 농축산물의 수입자유화로 심화돼온 오늘의
    이러한 현상들은 쌀 수입 개방을 눈 앞에 두고 더욱 가중되고 있다. 우리
    의 주곡인 쌀의 경우 국민들의 서구식 식생활 변화로 소비는 줄어드는데 생
    산량 증가로 재고는 누적돼 왔다. 게다가 지난 94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쌀시장의 빗장이 일단 풀린데 이어 2004년에는 세계무역기구의 쌀 재
    협상이 예고돼 문제의 심각도를 더해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수입자유화 이후 다른 농축산물에도 현저히 나타나고 있
    어 그야말로 우리의 농촌은 사면초가의 형국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 협상에 대한 농민들의 거센 비판에서 우리 농촌
    의 가시밭길 앞날을 어림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쌀값을 시장기능에 맡기되 쌀값 하락으로 인한 농가
    의 소득감소는 논농업직불제의 확대로 보전해 주겠다」는 내용의 쌀산업 안
    정대책을 최근 제시하였다. 이에대해 농민들은 「쌀값 하락을 유도해 농업
    을 포기하게 만드는 정책」이라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농민 및 관련
    단체들은 쌀 소비증대 대책 등은 외면한채 재배 면적만을 감축하는 것은 우
    리 농업의 포기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 99년 일본이 쌀 시장을 개
    방했을때 수입쌀에 비해 80% 이상 비싼데도 품질 경쟁력 강화의 차별화 정
    책으로 일본쌀은 자리를 지켰음을 우리는 주시해야 한다.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우리의 먹거리산업은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보호
    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수시로 예고하는 지구촌의 식량전쟁을 우
    리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우리 농업의 기반을 유지시키기 위해 소비진작
    과 더불어 품질 경쟁력 강화가 적극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결코 우리의 농
    촌문제가 정치 논리적인 시각으로 단기적인 차원에서 해결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농정이 장기비전 없이 정치권의 임기응변식으로 추
    진되는 경우가 많아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세간의 드높은 지적을 재음미
    해야 할 것이다. /나택진 논설위원 takjin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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