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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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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과소비 계층

  • 기사입력 : 2002-12-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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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바담風 할테니 너는 바람風 하여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말은 나
    의 행동은 문제시 될게 없지만 너의 잘못된 언행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는 뜻으로 특권계층의 잘못된 의식구조를 꼬집는 비유로 널리 사용되고 있
    다. 일부 계층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사회계층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
    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모습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올 소비재 수입이 사상 최대치를 보일 전망이라는 예측은 우리의 경각심
    을 더욱 일깨워 주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1월부터 10월까지 우리나라의 소
    비재 수입은 지금까지 연간 최대치였던 95년의 155억3천600만달러와 비슷
    한 규모인 154억7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1% 증가한 것으
    로 집계하고 있다.

    사치성 해외여행자 수가 급증하고 고급 외제자동차와 위스키 수입이 폭발
    적으로 늘어나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시행을 불러온 망국병적인 과소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
    다. 우리의 위스키 수입을 두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에서 「한국
    은 고급 스카치 위스키 업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라는 비아
    냥을 되새겨 우리의 결의를 새롭게 다져야 할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썰렁한 연말을 맞고 있다. 구조조
    정의 여파는 여전히 서민들의 생활을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수입개방화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여 우리의 농촌도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늘이
    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는 처지이
    다. 이같은 시대상을 반영하듯 추운 겨울을 맞았지만 고아원을 비롯하여 양
    로원 등 우리 주변의 불우이웃들에 대한 온정의 손길도 예년에 비해 뚝 떨
    어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
    게 재연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그렇잖아도 우리의 공동체 의식이 퇴색되어가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의 목소
    리가 드높아 왔다. 나만 잘살면 그만이다라는 극단적인 이기심의 발현에서
    나타나는 공동체 의식의 퇴색은 오늘날의 세태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이웃과의다툼이 늘어나고 조금만 어려움이 닥쳐도 가정이 쉽게 해체돼 사회
    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한민족 한가족이라는 우리의 공동체 의식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것
    이다. 여기에 일부 계층의 무분별한 과소비판이 횡행하면서 공동체 의식 퇴
    조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주변의 일부 무분별한 사람들의 행동으로 인한 사회적 해악은 심각
    한 수준이다. 일부 계층의 과소비 형태는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시키고 있음
    을 직시해야 한다. 계층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져 난국 극복의 최대의 걸림
    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우리는 더욱 경계해야 한다. 우리에게 미증유의 고
    통을 안겨주었던 IMF도 우리의 방만했던 과소비 경제가 빚었던 소산이었음
    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진 자들의 호화 사치행각은 이미 여러 차례 사회적 비난의 화살
    을 받아왔지만 그들의 망국병적인 행동은 줄어들기는 커녕 더욱 기승을 부
    리고 있다. 과연 그들이 우리의 이웃들인가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 고통분
    담으로 국민들의 힘을 집결시켜 현재의 국가적 경제난국을 풀어 나가야 할
    시기에 나타나고 있는 이같은 현상에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이 요망되
    고 있다. 경제적 고통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고루 나누어 맡도록 하는
    정책이 무엇보다도 시급히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이다. 이웃들의 고통과 아픔
    을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의 회복이 절실하다. 특히 IMF를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들의 단합
    과 결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각양 각색의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공
    동체인 우리 사회는 구성원간의 유기적 관계에 따라 번영과 쇠락을 거듭하
    여 왔음을 철저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나택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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