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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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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국화꽃 노무현

  • 기사입력 : 2002-12-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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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송이 국화꽃이 피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어야 하고, 천둥
    은 또 먹구름 속에서 그렇게 울어야 한다지 않던가. 바로 이 겨울,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한 송이 국화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는 수많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그의 시대를
    알리는 소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기^모함하는 소리가 더 컸기 때
    문이다. 마침내 어젯밤은 이런저런 소리를 일시에 잠재웠으니 곧 국민의 우
    뇌같은 새 소리였다.

    이번에도 국민의 앞줄에는 젊은이가 섰다. 새 시대의 개막을 알릴 때마
    다 으레 이 땅의 젊은이는 그러해왔다. 이들이 국민에게 알린 메시지는 변
    화라는 두 글자였다. 변해야 산다는 지극히 간단한 외침이었다. 그 소리는
    처음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를 중심으로 일어났는데 마치 소쩍새
    의 울음 같은 가냘픈 몸짓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갈수록 그 움직임은 빨라
    지고 커지면서 더욱 단단해지기만 했다.

    그 결과, 1차로 이인제 의원이 밀려났다. 대통령후보를 뽑기 위한 민주당
    의 당내 경선에서다. 그런데 이 당내 행사는 이전과는 매우 달랐다. 당원들
    만에 의한 행사가 아니었다. 일반 국민도 참여할 수 있었다. 우리 정당사
    상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경선제가 그것이다. 노사모는 이에 참여, 그를 큰
    힘 들이지 않고 대통령후보로 당선시킬 수 있었다.

    무서운 변화가 예고됐으나 사람들은 몰랐고 알았어도 설마하니 생각했
    다. 무엇보다 여론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이다. 여론이란 그저 사
    진기의 렌즈를 어떻게 들이대느냐에 따라 잡히는 것 정도라고 여긴 것이었
    다. 그러나 그런 아날로그 방식은 더 이상 통용이 되지 않았다. 디지털 카
    메라, 디지털 TV에서 보듯 거기에는 보이지 않거나 가려진 것에 대한 재편
    집이 얼마든지 가능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곧 정치가가 보여주
    는 것만을 받아들이지 않고 진실을 찾아내는 노력을 기울여왔었다.

    국민참여경선제에 이르러 여론은 정치력을 행사하는 긴요한 한 수단이 됐
    다고 할 수 있다. 정치에 이용만 돼오던 여론이 직접 정치를 움직일 수 있
    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이름하여 디지털 미디어 크라시다. 이 미디어(여
    론)에 의해 생겨난 크라시(정치력), 바로 이것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
    자는 올 한해 널뛰기를 해왔다. `이인제 대세론`을 잠재워 그의 꽃이 피어
    났다면 이도 잠시, `정몽준 신드롬`을 만나서는 그의 꽃은 여름 지나 가을
    내내 빛을 잃어야했다.

    그가 여론조사만으로 `정 신드롬`을 누른 소위 후보단일화야말로 여론이
    직접 정치에 관여하고 정치력을 행사한 디지털 미디어 크라시의 표본인 셈
    이다. 이런 부산물로 민주당의 홍보기술력은 탁월했으니, 예컨대 40대 직장
    인, 자갈치 상인, 촛불 등을 내세워 골고루 국민대중에 파고들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5년 전의 버전을 그대로 갖고 나왔다. 미디어가 판
    치는 지금 세상에 한나라당은 구태가 가득한 정보기술자(정형근) 법률전문
    가(김영일) 등을 전면 포진, 기껏 `부패정권 심판론`이나 부르짖었다. 새
    지도자 이회창 후보에 대한 비전이 제시되지 못했다. 그러니 그에 대한 이
    미지 메이킹(상징 조작)이 제대로 될리 만무했다. 한나라당은 곧 국민의 한
    결같은 변화의 욕구를 제때 간파하지 못한 것이다.

    돌아보면 4.19 이후 한국민주정치의 꽃은 변화라는 물을 먹고 자랐다. 87
    년 직선제 개헌 이후 더욱 그러했으니 곧 헌법에 정한 대통령 5년 단임제
    가 그 실례이다. 사실이지 국민들은 그동안 5년을 주기로 매번 지도자를 바
    꿔왔다.

    노무현 당선자는 누구보다도 이 시대가 주는 변화의 의미를 꿰뚫고 이에
    부응하고자 부단히 노력해왔다. 마침내 그 과실을 거머쥐었으니 노풍(노무
    현 지지 바람)은 곧 허풍이나 허세가 아니라고 함이 드러났다. 동시에 그
    는 들판에 그저 피는 풀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지닌 한 송
    이 국화와도 같음이 입증됐다. 즉 국민 모두가 가꿔야 할 꽃인 것이다.
    /허도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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